가입자인증모듈(USIM) 카드 개방은 통신규제 로드맵과 맞물려 통신 시장 구조 개편의 도화선이 될 이슈다. 이동통신사업자의 비즈니스모델이 바뀌고 단말 유통 구조도 오픈마켓의 등장에 따라 날로 다변화할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국내서 자리잡은 이동통신 시장의 가치사슬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USIM 개방은 이통사, 제조사, 유통업체, 솔루션업체, 콘텐츠개발사 모두에게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이동통신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이통사 비즈니스에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단말과 서비스 가입의 분리다. 지금까지 이통사들은 엄청난 보조금을 지불하며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유럽 사업자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휴대전화와 회선 패키지 판매 △휴대전화와 선불SIM 패키지 판매 △휴대전화와 SIM카드 별도 판매 △회선만 판매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유형에 따라 보조금을 지불하는 방식과 전략도 다르다. 시장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할 상품 중 하나가 선불카드다. ‘GSM Phase2’ 표준에 근거한 선불 SIM카드는 96년 10월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도입됐다. 이후 저속득층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해 이동통신 가입자 증대 및 시장 확산의 계기로 작용했다. 국내 가입자 경쟁에도 새 국면을 만들 수 있는 상품이다.
무선인터넷 서비스와 관련한 가치사슬도 다양해진다. 지금까지 이통사가 솔루션업체와 콘텐츠 개발사를 모두 진두 지휘했다면 USIM 개방 이후에는 제조사와 솔루션업체 간 협력이 강화될 개연성이 높다. 제조사가 주도하는 오픈마켓향 휴대폰에 솔루션을 탑재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등장할 수 있다.
◇새 유통채널의 등장=삼성전자는 지난해 프랑스에 이어 네덜란드 시장에서 노키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노키아의 텃밭인 유럽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던 배경으로 삼성측은 현지 휴대폰 유통 시장을 쥔 대형 거래선과의 전략적 관계를 구축을 꼽는다. 최근 ‘텐밀리언셀러’ 돌풍을 일으킨 LG전자 ‘초콜릿폰’의 성공 배경도 오픈마켓 공략이다. USIM 개방 이후 국내에도 이같은 성공 사례가 등장할 전망이다. 제조사나 대형 유통상들이 주도하는 오픈마켓이 등장하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대형 유통업체의 등장과 휴대폰 판매 채널의 다양화도 예상됐다. 지금까지 국내의 대형 휴대폰 유통업체는 SK텔레콤의 단말 구매 및 유통을 전담한 SK네트웍스 정도였다. USIM 개방 이후에 한발 더 나아가 마케팅까지 주도하는 대형 유통업체가 등장할 개연성이 높다. 유통채널도 기존 이통사 대리점 외에 휴대폰 전문 판매점, 양판점, 할인판매점, 편의점 등으로 다변화한다. 다만 이미 10년 넘게 이통사 중심의 유통채널이 자리잡았기 때문에 점진적인 변화가 예상됐다.
업계의 관계자는 “이통사 중심의 유통채널이 굳어진 국내에선 유럽과 같은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오픈마켓이 조금씩 늘어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방 초기에는 제조사들의 오픈마켓 정책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가 시장 변화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지연·김태훈기자@전자신문, jyjung·t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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