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의 산업적 책무

 노동절 휴무를 마친 2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늘 그랬던 것처럼 사내 임직원들에게 월례사를 전했다. 비록 회사 내부에 전하는 메시지이지만, 윤 부회장의 월례사는 기자들에게나 업계에서도 시선을 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CEO라는 무게감에다 남다른 안목으로 경영·경제·사회문화 등 폭넓은 이슈를 넘나들고 있는 ‘선각’의 느낌 때문이다.

 윤 부회장이 이번에는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공급망관리(SCM)’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근 세계 IT 시장에서 기술·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대목이다. 소위 ‘샌드위치’론으로 국내 세트 제조업의 위기론을 설파한 이건희 회장의 진단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윤 부회장이 하필 이 시점에 SCM의 의미를 설파한 함의는 뭘까 생각하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세트 제품의 원가경쟁력, 쉽게 말해 원가절감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기대 밖의 저조한 실적을 내놓은 뒤 올 한해 전반적으로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어떻게 보면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는 메시지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올 들어 원가절감을 위한 삼성전자 내부의 목소리는 예사롭지 않다.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취임후 일성으로 “두고보라. 내가 SCM 전문가”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거대한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도 ‘기업의 사회적 임무’에 대해 “무엇보다 기업의 본질은 물건을 많이 팔아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수익성을 기본으로 삼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원가 경쟁력 강화 움직임에 벌써부터 긴장해 온 곳은 수 많은 부품·솔루션 협력사들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원가절감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벤처기업들이 상당부분 떠안아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허리띠 졸라매기에 이미 올초부터 적지 않은 여파가 협력사들에게 미치고 있다. 기업에게 사회적 책무까지 요구하지 않더라도, 삼성전자라면 국내 IT 중소 벤처기업 협력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산업적 책무’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서한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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