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으로 콘텐츠 판권가격이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인기 스포츠 콘텐츠의 중계권이나 흥행 영화의 상영권 가격이 1년전에 비해 많게는 두배 이상씩 급등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생기는 것은 기존의 다채널 방송인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 이어 DMB·PMP·VOD·IPTV 등 새로운 매체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온갖 미디어가 명멸하는 ‘백화제방’의 시대를 맞아 콘텐츠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콘텐츠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콘텐츠 가격이 어느 정도는 올라주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콘텐츠 판권 가격의 급등은 미디어 사업자들간 출혈 경쟁의 산물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론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논리에 의해 콘텐츠 가격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감놔라 배놔라’ 왈가왈부하는 게 부적절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종격투기 등 스포츠 중계권 구입에 수백억원을 투자하고 광고수입이 판권 구입비용을 따라가지 못해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는 3∼4년전 온라인 주문형 비디어(VOD) 서비스 붐이 일어났을 때 VOD 판권 가격이 반짝하고 올랐다가 급락해 시장이 혼란스러웠던 아픈 경험을 간직하고 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사들였지만 광고수익이 판권 비용을 따라가지 못해 판권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많은 판권 대행 업체들이 무너졌던 것이다.
최근 판권 가격의 이상 급등 현상이 과열경쟁의 산물이라는 점을 업계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한다. 킬러 콘텐츠를 확보해야만 시청자들이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미디어 사업자들의 절박감과 킬러 콘텐츠를 확보한 콘텐츠 사업자들의 무리한 요구가 결합해 판권 가격에 불을 댕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IPTV 등 매체까지 가세하면 과열 경쟁이 어떤 양상으로 번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신규 매체 시장이 채 성숙하기도 전에 출혈경쟁이 일상화된다면 업계의 공멸은 자명하다. 당연히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올 수 밖에 없다.
콘텐츠 시장을 정상화하려는 미디어 업계의 공조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비용·수익 구조를 감당하지 못하는 출혈 경쟁을 자제하고 콘텐츠 값을 제대로 매기려는 노력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정도를 넘는 콘텐츠 대가가 지불되지않도록 합리적인 콘텐츠 구매 환경을 조성하는 게 화급한 과제다. 콘텐츠간 불균형적인 성장도 미디어 업계에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정 스포츠 중계권이나 일부 흥행 영화 등이 콘텐츠 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스럽지않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하에선 지불 능력을 보유한 일부 미디어 사업자에게 인기 콘텐츠가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수 밖에 없다.
당연히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려는 사업자들의 욕구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대부분 PP들이 자체 제작 보다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편집해 전송하는 우리 콘텐츠 산업의 고질적 문제가 확대 재생산되지않도록 힘을 모아야한다. 콘텐츠 판권 가격 급등현상의 이면에 숨어 있는 콘텐츠 산업의 위기를 제대로 읽어야 우리 미디어 산업의 앞날을 똑 바로 설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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