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고 다양해지면서 콘텐츠 판권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인기 스포츠 중계나 영화와 같은 ‘킬러’ 콘텐츠의 경우 판권 가격 협상 과정에서 과열 경쟁이 일어나기도 해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미디어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 공동 노력이 절실해지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기 스포츠 콘텐츠나 영화 콘텐츠의 뉴미디어 중계권 또는 상영권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많게는 두 배씩 급등했다. IPTV·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동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온라인 주문형비디오(VoD)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하나TV를 운영하는 하나로텔레콤이나 메가패스TV를 운영하는 KT,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IPTV 사업자뿐만 아니라 위성DMB 사업자인 티유미디어 등도 실수요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독점 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지역 100가구를 대상으로 IPTV 시범사업을 진행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당시 킬러 영화 콘텐츠였던 ‘한반도’를 100가구에 상영하는 조건으로 1000만원을 지출했다. 가구당 10만원 꼴이다. 극장 상영요금 8000원에 비해 턱없이 비싼 판권이다.
다음의 한 관계자는 “‘태극기 휘날리며’ ‘친절한 금자씨’ ‘웰컴투동막골’ 등 이른바 흥행작들은 서비스 시기를 앞당기는 조건을 내걸면 상영권만 1억원 가까이 하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 들어 두 배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주문형비디오 상영권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인터넷 방송서비스 곰TV를 운영하는 그래텍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방송 서비스의 킬러 콘텐츠인 영화의 경우 1년 전 곰TV사업을 시작할 때에 비해 20% 이상 올랐다”며 “IPTV나 DMB 등 뉴미디어의 판권은 훨씬 더 비싸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케이블 시장도 마찬가지다. CJ미디어는 이달 초 이종격투기 ‘K1’ 경기 중계권을 3년간 310억원에 매입했으며 ‘온미디어’도 이에 질세라 프라이드 중계권을 5년간 118억원에 구매했다. CJ 익스트림(XTM) 채널의 K1 중계권을 사려는 티유미디어의 한 관계자는 “CJ미디어가 고가에 K1 중계권을 매입하다 보니 티유미디어에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의 중계권료를 원한다”고 밝혔다.
포털 독점 스포츠 중계권 경쟁도 뜨겁다. 다음은 최근 이승엽 선수 경기 포털 독점 중계권을, 네이버는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확보했다. 두 회사는 판권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독점 콘텐츠 중계권이 훨씬 비싸다고 볼 때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IPTV 본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IPTV 사업자들의 고민도 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IPTV 사업자가 미리 독점 콘텐츠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콘텐츠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높다”며 “부르는 대로 다 줄 수가 없어 관망 중”이라고 말했다.
김민수·최순욱기자@전자신문, mi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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