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회복의 경제학
진노 나오히코 지음, 김욱 옮김, 북포스 펴냄, 1만2000원.
인간은 호모이코노미쿠스인가? 호모사피엔스인가?
일본 도쿄대 경제학연구학과 교수이자 재정학(財政學) 전문가인 저자는 이런 문제들이 생겨난 이유가 첫째 주류 경제학이 내세우는 잘못된 인간관, 둘째 허구적 가정에 바탕을 둔 잘못된 경제개혁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주류 경제학의 ‘이기적 합리인=경제인(호모이코노미쿠스)’이라는 생각을 비판하는 데서 그 논지가 시작된다. 호모이코노미쿠스의 경제학은 인간의 절대적 본성이 이기심에 있다고 확신하며, 인간의 정서적 측면을 경제학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그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인간상은 삶의 희로애락을 공식에 대입해 산출할 줄 아는 기계적인 유기체다.
하지만 이코노미쿠스적인 모습은 호모사피엔스, 즉 ‘생각하는 인간’의 한 형태일 뿐 전부는 아니다. 인간의 본체는 현실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지성인이며, 미래를 예상하는 예지인이다. 경제적인 측면은 지성과 예지의 표현일 뿐이다. 생각하다 보니까 경제를 염두에 두게 된 것이지, 경제적이기 위해 생각하는 능력을 발달시킨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책은 다분히 재정사회학적인 접근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있으며, 구조개혁적 시장경제에 이의를 제기하고자 쓰여졌다. 오늘날 온 세상을 지배하려 드는 신자유주의 경제사상과 그에 바탕한 구조개혁들은 인간성을 말살하는 최악의 경제 논리다. 이 편협한 논리에 따라 오랜 세월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에 앞장서온 영국·미국·일본의 역사는 잘못되었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역설하고 있다.
현실의 인간은 언제부터인가 경제학적 이론의 잔재가 인간생활에 침투해 모든 인간을 경제인과 비경제인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경제인으로 살지 못하는 인간에게 패배자라는 굴레를 덧씌우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경제인 논리를 국제 표준의 필연적인 결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후도 다르고, 풍토도 다르고, 습관도 다른 나라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틀 같은 건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시장만능주의, 경쟁주의, 그리고 케인스식 복지국가주의의 신화에서 빠져나오기를 강권하며 저자가 제시하는 미래의 대안은 더 이상 편협한 호모이코노미쿠스적 모형이 아니라 호모사피엔스적 인간이 가진 창조력과 구상력, 그리고 공감의 능력에 기초해 ‘지식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저자는 결국 우리의 인간적 공감의 능력과 지혜를 회복하고 연대감에 기초해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재구축하자고 말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만이 살 길이라 외치는 현실 앞에, 아무런 대안 없이 절망감과 불안감에 온몸을 떨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많은 시사점과 함께 희망의 싹을 던져주고 있다.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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