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에 미래 건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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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 ‘킹스 크로스역’에서 기차로 3시간 남짓 달리면 도착하는 ‘달링톤역’. 다시 자동차로 30분 가면 만나는 지역, 바로 ‘미들스보그’다. 런던 북동쪽 조용한 시골 도시에 불과했던 이 지역에 생기가 돌고 있다. 이 지역 명문의 하나인 테스사이드 대학에 있는 ‘디지털 시티’ 때문이다. 디지털 시티가 제조업이 떠나면서 죽은 도시로 알려졌던 이 지역을 소생시키는 희망으로 부상했다.

 

#디지털 시티는 새로운 도전 

 

디지털 시티는 일종의 지역 개발 프로젝트다. 영국에서는 이를 ‘슈퍼 클러스터’라고 부른다. 디지털 시티를 중심으로 일대 주변을 ‘테스 밸리’로 부르며 게임·애니메이션·디자인 등 콘텐츠 산업을 집중 육성 중이다. ‘유럽판 실리콘밸리’격인 디지털 콘텐츠 허브를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금융 등 서비스 산업으로 경제 구조가 돌아선 영국에게 디지털 시티는 새로운 도전이다. 영국 정부가 이 곳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완공 예정인 2010년까지 4000만파운드(730억원)의 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미 1600만파운드의 예산을 책정한 상태다. 나머지는 모두 외부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디지털 시티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마크 엘리엇 총감독자는 “디지털 시티는 주력 산업이 금융인 영국에게 새로운 시금석”이라며 “기술·인력·기업 환경 세 박자를 고루 갖춰 가장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유럽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 집적단지’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이 곳에는 30여 개의 벤처기업이 24시간 사무실 불을 끄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영국은 전역에 슈퍼 클러스터를 통해 금융에 이은 차세대 분야로 콘텐츠를 포함한 정보기술(IT)을 기반한 ‘창조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모바일 분야 경쟁력 세계 수준

‘글로벌 금융 허브’로 우뚝 선 영국이 IT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IT를 통신과 게임, 여기에 기초 기술을 결합해 금융에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영국의 IT전략은 ‘개방과 협력’이다. 혼자 모든 걸 하기 보다 외부와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 대신에 영국이 강한 기초 기술과 서비스 분야는 과감하게 이전하거나 문을 열고 있다.

영국에서 IT의 기간 산업격인 모바일 분야의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삼성·LG와 같은 제조업이 강한 우리와 달리 영국은 BT·보다폰·BBC와 같은 세계적인 통신과 방송사업자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글로벌 통신서비스는 철저한 경쟁 환경에서 나온다. 영국 통신기관 오프콤의 정책 수립 원칙은 첫째도 경쟁, 둘째도 경쟁이다.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없는 한 ‘공정한 게임’을 보장해 주고 나머지는 기업에 맡기겠다는 배경이다. 최근에는 유무선은 물론 통신·방송을 통합하고 과감하게 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통신 정책의 가닥을 잡았다. 이미 위성방송 ‘스카이’는 인터넷 회선 제공업체(ISP)를 인수하고 광대역 인터넷망과 유선전화·TV까지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통신사업자 ‘버진’은 케이블TV 사업자 ‘NTL’에 인수돼 이동통신·유선통신망·케이블TV와 모바일TV·라디오·VOD서비스, 거기에 광대역 인터넷망을 결합한 서비스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다.

 

 #또 하나의 IT 경쟁력 콘텐츠

영국의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경쟁적인 통신 정책은 보다폰·BT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를 배출했다. 여기에 우수한 연구개발 자원은 영국이 기술과 서비스 혁신 측면에서 세계 수준이라는 점을 증명해 주었다.

통신과 함께 영국이 가진 또 하나의 IT 경쟁력은 게임 등 콘텐츠다. 영국은 전 세계 게임시장의 6분의1을 차지하며 유럽에서 가장 많은 게임 개발업체를 두고 있다. 영국 게임 시장은 지난 2004년도를 기준으로 소프트웨어만 20억달러, 하드웨어 포함 37억달러 규모로 유럽 최대, 세계시장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콘솔 게임이 주류인 영국은 매년 게임 수출로만 15억달러를 벌어들인다. 이 때문에 영국은 신작 게임의 유럽시장 ‘시험 무대’다. 마이크로소프트·일렉트로닉아츠(EA)·소니 등 수 많은 글로벌 게임 기업이 영국을 유럽 시장 교두보로 선택했다. 영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창조 산업’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런던은 더 이상 영국만의 수도가 아니다. 이미 유럽의 수도로 자리잡았다. 금융으로 세계를 휘어잡았다면 이제는 IT로 재무장하고 있다. 금융과 IT를 두 축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도시’로 전 세계 기업을 유혹하고 있다.

◆인터뷰-영국 투자개발청(UKTI) 브라이언 쇼 본부장

“영국은 경제적인 안정성, 낮은 인플레와 이자율, 유연한 노동 시장 등 선진국 중에서도 보기 드문 기업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에 이어 콘텐츠·게임과 같은 크리에이티브 분야는 최근 영국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영국 투자개발청(UKTI) 브라이언 쇼 본부장은 “통신·게임·인터넷이 강한 한국은 영국의 든든한 파트너”라며 이미 게임·디자인 등 유수의 한국 기업과 공동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UKTI는 영국에서 외부 투자 유치를 전담하는 정부 기관이다. 제조업이 약한 영국에게 UKTI 역할은 어떤 기관보다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단순 투자 유치만이 전부는 아니다. 기술 제휴, 라이선스 공유, 국가 주도의 공동 개발 사업처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물론 전략적인 파트너 국가에는 전담 요원을 파견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브라이언 본부장도 3년 정도 한국과 일본서 근무해 누구보다도 한국의 앞선 IT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영국에 유럽본부를 두고 있는 기업만도 450여 개에 달합니다. 삼성·LG는 물론 도시바·노키아·에릭슨 등 세계 유수 기업이 연구개발 센터를 영국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영국이 유럽의 허브 도시로 주목받는 이유는 비즈니스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여기에 영국이 특히 강한 기초 기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이언 본부장은 “영국에 있는 외국 기업 10개 중 9개가 전 세계로 수출을 하고 있다”며 “영국이 아닌 유럽, 나아가 세계 시장을 위한 교두보로 영국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힘줘 말했다.

◆영국 대표 IT기업

 ◇보다폰(통신 서비스)=84년 레이컬 일렉트로닉스 자회사로 출범해 91년 분사하면서 보다폰그룹으로 바뀌었다. 90년대 후반 국외 사업자 인수와 자본 참여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아시아태평양과 미국 등 세계 27개 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통신서비스 기업. 2006년 ‘포천’에서 사회적 책임을 가장 잘 이행한 업체로 선정될 정도로 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심비안(통신 소프트웨어)=98년 노키아·파나소닉·소니에릭슨·에릭슨·삼성전자·지멘스 6개 업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휴대폰 운용체계(OS) 개발 전문기업이다. 전 세계에 14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80%가 순수 개발자일 정도로 연구·개발 중심의 소프트웨어업체. 2002년 첫 제품이 나왔으며 최근 카메라폰 기능을 대폭 강화한 최신 버전 ‘v9.5’를 공개했다.

◇ARM(반도체 디자인)=‘ARM 코어’라는 반도체 아키텍처로 잘 알려진 기업. ARM 코어는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85%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지식재산(IP) 수위 업체로 전체 매출액 중 30% 이상을 매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90년 12명으로 시작해 14년만에 800여 명의 직원을 둔 영국 대표 반도체 기업이다.

◇프런티어실리콘(멀티미디어 칩)=지상파 디지털 멀티미디어(DMB) 시대 개막과 함께 주목을 받았다. 2001년 설립됐지만 휴대 이동방송용 칩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유럽 디지털오디오방송(DAB)용 칩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해 지상파DMB용 칩을 잇달아 내놓고 시장 선점에 나섰다.

런던(영국)=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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