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과학기술행정이 시행된 지 벌써 40년이 됐다. 과학기술부 전신인 과학기술처가 설립돼 우리 과학 기술의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 것이 바로 40년 전의 일이다. 한국의 경제기적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이라는 쌍두마차에 의해 이뤄졌다는 평가가 결코 허황된 얘기가 아니다. 과학기술행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60년대 후반 이후 우리의 과학기술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다. 67년 50억원 수준이던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85년에 3452억원으로 늘어났고 올해에는 9조7629억원으로 확대돼 1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R&D 인력도 꾸준하게 증가해 지난 67년 6698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33만5428명으로 엄청나게 증가했다.
당연히 과학기술 경쟁력도 높아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경쟁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과학경쟁력 12위, 기술경쟁력 6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93년 과학기술경쟁력이 24위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신분 상승이다. 최근에는 국제특허 등록과 국제SCI논문 등록 증가율이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우리 과학 기술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하니 더 바랄 게 없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통계수치는 통계수치일뿐이다. 이 같은 통계수치는 과거의 영화(榮華)를 반영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다.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국가 R&D 동력이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과학기술행정을 담당하는 부처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국가 R&D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던 출연연구소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국가 R&D를 담당하는 중추기관들의 R&D 역량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으며 연구자들의 사기가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R&D 투자에 들어가는 정부 예산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무려 10조원이라는 돈을 과학기술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 이만 한 돈을 투자할 만한 나라도 별로 많지 않다. 당연히 성과가 나올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혈세가 국가 R&D 부문에 제대로 투입되고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있다. 연구성과가 없고 정부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는 기관이나 프로젝트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과기정책을 내놓아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핵심 연구자들의 사기다. 40년 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과학기술행정이 도입됐을 때 R&D 관련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유일한 자부심은 미래 한국을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연구기관에서 일한다는 것이었고 연구를 통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국가 R&D 기관에서 대학·기업 등으로 연구개발의 외연이 확대됐다. 따라서 과거의 잣대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적인 R&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연구자들의 자부심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문제다. 기관이나 관련 부서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는 수익사업의 발굴도 중요하지만 기초연구에 충실한 것도 국가 R&D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본다.
과학기술 행정 40주년을 맞아 국가 R&D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숙고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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