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특허법 개정 착수

 50년간 이어온 미국 특허 체계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19일 AP·블룸버그·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 의회는 최초의 개발자 대신 처음 특허를 등록한 사람에게 특허권을 인정하고 특허 침해에 따른 피해보상을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특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새로운 법안에 따르면 특허 침해가 발생했을 때, 기존에 상품의 매출을 기준으로 보상액을 결정하던 것을 해당 특허가 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가치를 따져 피해액을 추산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알카텔 루슨트의 MP3 기술을 윈도 운용체계(OS)에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미 법원은 윈도의 매출을 기준으로 삼아 15억2000만달러란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액을 결정했지만, 새로운 법안이 통과되면 윈도OS에 쓰인 MP3 기술의 가치만큼 보상액이 결정돼 배상액이 훨씬 줄어들 수 있게 된다.

 이는 그동안 특허 침해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도 현행 특허법 때문에 상품 자체의 판매가 중단되고 막대한 금액의 보상액이 결정돼 피해를 보고 있다는 미국 IT 기업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IBM 기술 및 지적재산권 담당인 존 켈리 수석 부사장은 “새로운 법안이 통과되면 과도한 소송과 이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수의 특허를 무기로 거대 기업들을 견제해온 중소·해외 기업들에겐 이번 개정안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압박 카드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또 특허권을 부여하는 기준도 기존 최초의 개발자에서 처음 특허를 청구한 사람으로 변경되며 미 특허청이 앞서 부여한 특허를 재고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도 함께 담고 있다.

 IT 업계는 찬성을 보이지만 특허에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제약회사들은 법 개정이 특허권을 약화시키고 신기술 개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상하원 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미국 특허 체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미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 출원 건수가 지난해 44만3700건으로 지난 1986년에 비해 세 배 가량 증가했으며 특허 분쟁도 지난 1990년 1236건이던 것이 2004년에 3075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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