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업계와 네티즌의 지루한 숨바꼭질이 끝나는 날이 올까. 개별 네티즌에 대한 법적 대응을 적극 펼쳐온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이번에도 대학생들에게 대규모 폭탄을 투하했지만 더 이상 겁을 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RIAA는 최근 학내 네트워크를 통해 음악 파일을 공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22개 대학 413명의 학생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20일 내에 합의를 결정하지 않으면 소송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엄포. 합의금은 최소 3000달러(약 270만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1200여 명의 대학생들에게 비슷한 e메일을 보냈던 RIAA는 이같은 방식이 효과가 있다고 자신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현재 한 웹사이트서 진행 중인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두 진영 사이에 심각한 인식 차이를 볼 수 있다. P2P 정보 전문 사이트인 P2P넷에 따르면 ‘RIAA의 대규모 법적 대응이 당신의 파일 공유를 막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은 4.8%에 불과했다. 특히 ‘자신이 RIAA의 레이더망에 걸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88.6%가 ‘낮다’ 혹은 ‘전혀 없다’고 대답해 대규모 법적 대응이 파일 공유자들에게 전혀 두려움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괴리는 어디서 기인할까. 우선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여전히 ‘음악=공짜’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을 연구하고 대응하기 보다는 속 편하게 개인을 잡자는 음악계의 인식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우리나라에도 언제부턴가 저작권리자를 대신해 저작권 침해 네티즌들을 적발하고 합의를 유도하는 대행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하지만 저작물 무단 공유는 줄어들지 않고 있어 ‘개개인에 대한 강력한 단속’의 효과를 의심케 한다.
소리바다나 당나귀처럼 P2P가 서비스이기 보다는 하나의 공개 프로그램이던 시절이 있었다. ‘공유 정신’이라는 말이 존재했던 시기다. 하지만 지금은 네티즌의 ‘공짜 심리’를 이용해 엄청난 수익을 취하는 기업형 P2P나 웹하드가 대세다. 공격 대상을 바꾸자. 법률적 미비점 때문에 업체를 직접 공격하기가 힘들었다지만 법은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계속 수정되고 있다. 끊임없이 연구해서 이들 업체를 꼼짝 못하게 할 논리를 찾아내라. 개별 네티즌을 협박하는데 들이는 노력의 반만 쏟는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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