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각 장애인 귀까지 틀어막나

 정부 일부 부처가 시각 장애인 전용 홈페이지의 업그레이드를 6년 이상 방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장애인이 인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전체 콘텐츠 데이터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보격차 해소에 앞장서야 할 중앙정부가 오히려 소외계층을 소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이의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9일 본지가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중앙 부처 홈페이지의 조사한 결과 외교통상부·통일부·국세청·정보화추진위원회·우정사업본부 등은 시각장애인 전용 홈페이지의 TTS(Text To Speech) 소프트웨어(SW)인 ‘스크린 리더’를 지난 200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크린 리더’는 시각 장애인 전용 홈페이지의 화면에 나타난 글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SW다. 중앙 부처 홈페이지에 적용된 SW는 지난 2001년부터 공급이 중단된 ‘소리눈98’로, 상위 버전인 ‘소리눈2000’이 개발, 보급된 이후 일반에선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초기 버전격인 ‘소리눈98’이 음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콘텐츠 데이터량이 일반인이 시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의 20% 수준에 불과해 시각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호소해왔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외교통상부·통일부·국세청·정보화추진위원회·우정사업본부 등은 ‘스크린 리더’를 업그레이드 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었으며, 특히 정보화추진위원회는 국가 정보화 정책 최고 심의기구란 위상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소리눈98’을 내려받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부처는 ‘소리눈98’ 공급이 중단된 사실도 모른 채 홈페이지를 수년 동안 방치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소리눈98’ 무상 배포처인 한국맹인복지연합회 관계자는 “‘소리눈98’은 이미 오래전에 공급이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처가 이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며 “시각 장애인을 위한 우수한 SW들이 시중에 보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보화추진위원회 홈페이지 운영기관인 한국정보사회진흥원 측은 “일반 사용자에 초점을 두다 보니 홈페이지 개편 때 시각 장애인을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며 “조만간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홈페이지 개선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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