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LG전자 MC연구소 UI 콘텐츠 개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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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지구촌을 잇다.’ LG전자 MC연구소 모바일 사운드 디자이너 3인방. 강민훈·박도영·최수환 주임연구원. 올해 전 세계에 공급될 7800만대의 LG 휴대폰에는 이들이 젊음을 불태워 디자인한 각양각색의 벨소리들이 담겨 있다.

#. 세계를 벨소리로 통섭(通涉)하다.

 꽃샘 추위가 한창이던 지난 4일 오전. 봄을 시샘하는 찬바람을 가르고 찾아간 LG전자 서울 가산동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연구소. 초콜릿·샤인·프라다폰을 개발해 전 세계에 ‘IT 코리아’의 기개를 널리 알린 3000여명의 주역들이 하루를 힘차게 열고 있었다.

 ‘퉁, 띵, 끼익...퉁딩딩딩딩!’

 오늘의 주인공 최수환(33), 박도영(32), 강민훈(28) 연구원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UI 콘텐츠 개발팀의 사운드랩실에는 아침부터 범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쇳 소리인지, 나무 목탁 소리인지, 실로폰 소리인지…다소 생경한 효과음들이 혼재돼 귓가를 울렸다.

 ‘모바일 사운드 디자이너.’ 이들 3명의 연구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LG전자가 생산하는 연간 200여종의 휴대폰 안에 담겨 있는 벨소리·배경음악·효과음 등은 모두 이들의 손을 거쳤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소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시각장애인용 폰을 만들면서부터다. 기능 버튼을 소리로 구분하도록 하면서 다량의 효과음을 집어 넣었다. 이후 음성인식폰 등도 개발됐지만 이제 소리는 휴대폰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핵심 기능으로 자리잡았다. ‘어머나폰’ ‘아카펠라폰’처럼 벨소리나 저장된 음악이 히트를 치면서 대박 상품이 나오는가 하면, 버튼이나 메뉴의 효과음, 배경 음악 등을 기준으로 휴대폰을 선택하는 고객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휴대폰 산업에 ‘사운드 유저 인터페이스(SUI)’라는 새 분야가 등장했고 ‘모바일 사운드 디자이너’는 뜨는 직종중의 하나가 됐다.

 박도영 연구원은 “휴대폰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고객들이 소리에 한층 민감해졌다”면서 “샤인폰의 경우, 메탈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금속이 스치는 소리를 만드느라 몇날 며칠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수환 연구원은 “각 나라마다 좋아하는 소리가 달라 수출 지역마다 현지 조사를 통해 특화된 음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면서 “프라다폰의 경우, 명품 느낌을 주기 위해 프라다가 보내온 벨소리를 놓고 수차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 언더그라운드 가수에서 모바일 사운드 디자이너로 변신!

 하는 일이 소리이다 보니 이들 연구원들의 출신 성분도 이채롭다.

 최수환 연구원은 MC연구소 안팎에서 ‘인디계의 무한궤도’로 정평이 나 있다. 최 연구원은 실제 대학시절 언더그라운드 밴드 ‘옐로 키친’의 보컬로 홍대앞 인디 카페 드럭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인디음악계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외모는 1960년대 비틀즈 멤버중 하나인 링고스타나 무한궤도의 신해철처럼 말쑥하지만 거침없이 내지르는 창법은 딱 언더그라운드 펑크록 가수다. 최 연구원은 “친구들이 저더러 ‘변절(?)’ 했다고 놀리기도 했지만 음악과 소리에 대한 관심이 결국 이 길로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리학을 공부하다 소리의 특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됐고 한국종합예술원에서 뮤직테크놀러지를 전공하다 찾은 길이 휴대폰 소리 디자이너. 소리의 물리적 특성을 잘 파악해 정확하게 짚어내는 ‘귀’가 그의 무기다.

 박도영 연구원은 클래식을 전공했다. LG전자의 협력업체에서 휴대폰용 음원을 제작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아예 LG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만든 대박 상품은 바로 리얼 그룹의 음악을 집어넣은 ‘아카펠라폰’. 클래식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리얼 그룹과 직접 저작권을 해결하는 등 발군의 실력으로 아카펠라폰의 탄생을 이끌었다.

 강민훈 연구원은 산업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소리에 눈을 떠 전공을 바꿨다. 강 연구원은 “휴대폰에서 소리는 감성을 자극하고 자신을 부각시키는 절대적인 요소가 됐다”면서 “사용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IT기기가 바로 휴대폰인 만큼 편안하면서도 오감(五感)을 만족시키는 소리 개발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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