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반 업계에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삭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애플이 세계 3위 음반 업체인 EMI와 손잡고 5월부터 DRM을 빼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음악을 판매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AP·로이터·C넷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과 EMI는 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DRM(디지털저작권관리)을 삭제한 음악을 애플 아이튠스에서 판매키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소비자들은 아이튠스에서 구입한 노래를 애플 아이팟으로만 재생해야 하는 제약에서 일부 벗어나게 됐다.
DRM이 없는 음악은 오는 5월부터 구입할 수 있으며 가격은 곡당 1.29달러로 책정됐다. 음질을 기존 128Kbps에서 256Kbps로 높여 가격이 30센트 올랐다고 애플 측은 설명했다. 128Kbps로 녹음된 기존 음악 역시 계속 판매되며 30센트의 차액만 내면 256Kbps 음악으로 바꿔준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DRM을 폐지해 (어떤 MP3플레이어에서도 쓸 수 있도록) 호환성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하는 길”이라면서 “올 연말까지 아이튠스에서 제공하는 음악 중 절반을 DRM이 없는 음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뉴스의 눈
스티브 잡스는 지난 2월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소비자 권익과 디지털 음악 시장 활성화를 위해 DRM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EMI와의 사업 제휴는 그의 ‘DRM 무용론’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잡스의 주장대로 DRM 폐지가 소비자와 음악 시장을 위한 것인 지 의문이 제기된다.
애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비자를 위해 EMI의 음악을 DRM 없이 판매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DRM이 내장된 음악 또한 팔겠다고 밝혔다. 잡스의 주장대로라면 애플은 128Kbps의 음악과 256Kbps의 음악 모두에 DRM을 풀어야 하는데 256Kbps의 음악만 DRM을 삭제한 것이다.
특히 256Kbps의 음악은 기존 디지털 음악보다 요금이 30% 오른 고가의 상품이다. 소비자와 시장을 위해서라기보단 DRM 폐지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전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의아한 부분은 또 있다. 잡스는 디즈니 영화에도 DRM을 삭제할 것인 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음악과 달리 비디오는 DRM 없이 판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는 “음악시장의 90%는 DRM이 없는 콘텐츠지만 비디오는 다르다”며 이를 반대했다. 애플이 EMI와 DRM 없이 음악을 판매하려는 시도가 유럽에서 폐쇄적인 아이튠스 서비스로 불거지고 있는 반독점 문제를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닌 지 지켜볼 대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 유럽위원회가 아이튠스 서비스와 관련해 불공정 거래 행위로 애플과 유니버설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EMI그룹, 소니 BMG 뮤직 엔터테인먼트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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