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오랜 진통 끝에 마침내 타결됐다. 구체적인 조문화 작업과 국회 비준 절차라는 험난한 과정을 앞두고 있어 한미 FTA의 성공적인 발효를 낙관하기는 힘들지만 개방경제체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강력한 FTA 저지 움직임과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관철시킨 것은 FTA 체제로의 이행이 시대적인 요청이라는 점을 잘 웅변해준다.
이번 FTA 타결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아직 멀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국회비준이라는 고개를 넘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대국민 설득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농업 분야 등 취약 분야를 중심으로 후속 대책이 빨리 마련돼 국민 합의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방향에서 한미 FTA가 최종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한미 FTA 협상 타결로 국내 IT업계는 FTA의 태풍권에 들어가게 됐다. 국제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한순간에 국내 시장을 해외 업체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호시탐탐 국내 시장을 노리는 해외 업체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FTA 선점 효과를 앞세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겠다는 보다 진취적인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분야별로 이해득실을 따져 효과적인 FTA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게 시급하다. 우선 이번 FTA 타결로 디지털TV 등 제품을 중심으로 더욱 효과적인 미국 시장 공략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특히 PDP·LCD 등 디지털TV 등 분야는 일본·대만 등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는만큼 이번 한미 FTA가 우리에게 상당한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국내 전자산업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전자부품이나 소재 분야의 경우 한미 양국이 이미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관세가 철폐돼도 수출과 수입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입처를 미국으로 이전하고 미국과 공동 R&D 협력을 확대하는 등 대일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콘텐츠나 지식재산권 분야는 이번 FTA 타결로 가장 우려되는 분야다. 특히 온라인·영화·음악 등 콘텐츠 분야는 온라인 거래를 통할 경우 관세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빠른 속도로 국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또 방송 분야는 외국계 자본이 간접 투자방식을 통해 국내에 얼마든지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자생력을 갖추지 않으면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국내 콘텐츠·방송 업계가 창의성 높은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하지 않으면 콘텐츠·방송 산업의 해외 의존 비율이 높아지고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하루빨리 국내 콘텐츠·방송 산업의 대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자구책이 적극 마련돼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SW) 분야 역시 저작권 침해에 대해 강력한 단속이 예상되는만큼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번 한미 FTA 타결이 국내 IT업계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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