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T/PCB & NEPCON 2007]기고-PCB는 전자산업의 뿌리

◆김호원 산업자원부 미래생활산업본부장

 데스크탑 컴퓨터를 열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에 초록색으로 칠해진 넓은 판에 반도체 몇 개와 조그만 부품 수백 개가 깨알같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 초록색 판이 일명 마더보드(Mother Board)라는 것으로 컴퓨터의 모든 정보를 연결해 주는 인쇄회로기판이며, 영어 명칭인 PCB(Printed Circuit Board)로 많이 알려져 있다.

 PCB는 전자산업의 뿌리이다. 전자산업이 지금처럼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반도체, 센서 등 다양한 부품들을 전기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PCB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카메라, MP3, 지리정보, 컴퓨터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는 미래의 디지털 융합기술도 PCB 기술의 진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요즘 PCB 기술은 선의 간격이 머리카락 두께의 1/10인 10㎛(반도체는 0.7㎛) 수준으로 미세화 되고 있으며 자유롭게 굽혀지는 연성 PCB와 30겹 이상을 쌓은 다층 PCB는 이미 일반화된 지 오래이다. 앞으로 5년 이내에 반도체를 PCB 안에 내장시킨 임베디드 PCB와 대량의 정보를 빛의 속도로 전달하는 광 PCB가 등장할 전망이다.

 PCB는 세계시장이 500억 달러에 달하는 3대 전자부품의 하나이지만 반도체나 휴대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지 못했다. PCB가 다품종 소량생산 품목으로 완제품의 보조역할을 하며, 기술의 진보가 완만한 속도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PCB 산업의 위상은 기술적으로는 일본의 95% 수준으로 대만과 대등하며, 시장점유율 면에서는 중국, 일본, 대만에 이어 세계 4위이다.

 핵심 전자부품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우리가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에 컴퓨터와 휴대폰 등 시스템을 통합하여 제품화하는 분야에서는 1위를 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PCB의 제조기술 및 가격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PCB 산업의 경쟁력을 2015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하여 PCB 산업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현재 생산중인 PCB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원자재와 자동화 설비의 국산화를 본격 추진하고, 차세대 기술인 광 PCB 기술개발을 금년부터 착수할 계획이다. 둘째, 중소기업이 가장 많은 애로를 느끼고 있는 제품의 신뢰성 인증 문제는 공인기관을 지정하여 표준화된 인증기준과 공동 시험설비를 구축하는 한편 공인기관으로부터 인증된 제품은 쉽게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셋째 PCB는 주문형 상품으로 수요자의 제품개발 계획이 PCB 업체에 신속하게 제공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수요자와 공급자간에 정보의 소통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협회를 중심으로 업계의 정보교류의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 마지막으로 인력양성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현장 기술인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우수 인력의 유치를 위하여 PCB 산업의 중요성을 홍보하며, 장기적으로는 PCB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우수한 인재가 스스로 찾아오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우리는 주연보다 조연이 빛나는 드라마를 가끔 본다. PCB가 바로 전자산업을 지키고 발전시켜 온 그 빛나는 조연이 아닐까? 많은 공과대학 학생들이 세계 최고의 PCB 전문가를 목표로 도전해 보기를 희망한다.

김호원 산업자원부 미래생활산업본부장,hwkim@moc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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