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을 통해 성행하고 있는 비디오게임 타이틀의 중고 거래로 인해 게임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용산전자상가·테크노마트 등 전자상가와 옥션 등 온라인장터를 중심으로 중고 비디오게임 타이틀 거래가 크게 늘면서 업계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실제로 비디오게임기 유통업체들이 밀집돼 있는 전자상가에선 소비자가격이 4만5000원인 소니의 비디오게임 타이틀의 중고판이 절반 가격대인 2만∼2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모 유명 온라인장터의 경우 매달 5000개 이상의 비디오게임 타이틀이 판매될 정도로 온라인 중고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자사 게임타이틀 유통점에서는 이같은 판매행위를 금지시키고 있다.
이처럼 중고 게임타이틀 거래 확대가 비디오게임 시장을 위축시키면서 게임업체들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고 게임타이틀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PS3같은 신작의 한국 진출도 더 지연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간접 피해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비디오게임기 판매할 수록 손해=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는 지난해 한국시장 진출 5년만에 처음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국에서 모두 130만대의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판매했지만 중고 비디오게임 타이틀의 거래증가로 매출악화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기 업체들의 주 수익모델은 비디오게임 타이틀이다. 게임공급사들은 보통 비디오게임기 한 대당 최소 4∼5개의 게임타이틀을 판매해야 사업이 유지된다. 하지만 SCEK의 경우 “대당 비디오게임 타이틀 판매량이 2개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고 비디오게임 타이틀 거래 확대가 비디오게임기를 판매할수록 손해를 가져온 셈이다.
◇중고거래가 더 큰 문제=비디오게임기 업체들은 “게임타이틀의 불법복제도 심각하지만 그 보다는 중고거래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불법복제는 기술적 해결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360’과 올 상반기 중 출시를 앞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PS3)의 경우 불법복제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중고 비디오게임 타이틀 시장에 대해선 해결책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타이틀이 발매된 지 얼마 안돼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정상가격보다 1만∼2만원 싼 가격에 중고로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제값을 주고 새 타이틀을 사겠느냐”고 토로했다. 문제는 중고거래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의의 소비자 피해 우려=소니의 차세대 비디오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3(PS3)의 경우 지난해 후반기 새로 나와 일본과 북미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출시일정을 못잡고 있다.
이처럼 PS3의 국내 출시 일정 지연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중고거래 문제로 인해 한국 시장 출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SCEK 측은 이를 정면 부인하고 있지만 “비디오게임 타이틀의 중고 거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비디오게임 타이틀의 한글화 지원 등이 그 대표적 예다. 막대한 돈을 투자해 한글화한 게임타이틀 1만 개를 판매하는 것보다 한글화 지원을 하지 않은 타이틀 7000개를 판매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다수 소비자들은 자신이 돈을 내고 구입한 비디오게임 타이틀을 거래하는 것이 뭔가 문제냐고 하지만, 이로 인해 유통질서가 흐려지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윤기자@전자신문, j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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