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팀블로그 난상 토론회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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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전문 팀블로그 스마트플레이스의 ‘제2회 IT 난상토론회’ 참가자들이 서로를 소개하고 소그룹별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4일 2시. 오전 내내 내렸던 비가 그치면서 다시 사람로 북적인 선릉역 옆 포스코빌딩. 쏟아져 나오는 퇴근길 사람들을 뒤로 하고 몇몇이 건물로 들어선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5층 마이크로소프트(MS) 회의실이다. 곧 20대에서 40대 중반까지 남녀 60여명으로 가득찼다. 이들은 IT전문 팀블로그 ‘스마트플레이스’가 개최한 ‘제2회 IT 난상 토론회’에 참석한 IT블로거와 일반 참석자들이다. 하는 일은 다 달라도 지적 자극을 기대하는 눈빛만은 한결같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아 서먹한 분위기를 자기 소개로 깼다. 프리랜서와 기업 소속 프로그래머가 많았고 이따금 금융권, 법조계 참가자도 있다. 서울지검 첨단범죄수사부 소속 김후곤 검사가 “여러분을 잡으러 온 게 아니라 얘기를 나누려고 왔으니 겁내지 말라”고 말하자 웃음과 함께 토론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블로그, 기업 업무에 유용=참석자들은 게시판에 원하는 주제를 적었고 이를 정리해 그룹을 나눴다. 첫 토론 주제는 ‘블로그’. 기자가 속한 그룹에선 블로그를 통해 개발자와 소비자의 소통이 어디까지 이뤄지며 기업정보가 개인 블로그를 통해 공개될 때 얼마나 위험한지를 놓고 얘기를 나눴다.

삼성전자, MS 등 국내외 다양한 기업의 블로그 운영 사례도 나왔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기업 블로그에 대한 고민이다. 참석자들은 업무상 알게 된 정보는 기업 소유라는 생각을 밝혔다. 소속 기업이 원하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당연히 삭제 또는 수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유로운 블로거들이 되레 가이드라인과 기업의 이해를 먼저 고민하는 게 뜻밖이다.

한 프리랜서 컨설턴트는 블로그 협업의 유용성을 설명했다. 그는 한 가구회사가 위키피디아 같이 팀원이 한 사안에 대해 지식을 모으는 집단 지성 협력 방식인 ‘위키’를 적용한 사례를 설명했고 공감을 샀다.

◇한국에서 지식근로자로 산다는 것=두번째 주제는 ‘지식근로자의 근무환경’이었다. 가능성과 성과 등 밝았던 첫 주제에 비해 토론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기자가 속한 그룹은 각자 지식근로자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기계발이 미래를 담보하는 수단임은 분명한데 우리나라 IT산업 환경과 개인 문제로 매진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중국, 인도 등 해외 우수 인력의 유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S사의 중간 관리자는 “솔직히 요즘 인력은 이전보다 실력이 뛰어난 것 같지 않다”며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죽을 각오를 하고 뛰어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두번째 토론에 이어 뒷풀이와 경품 추첨으로 공식 행사는 마무리됐다.

◇토론은 끝나지 않았다=토론은 저녁 식사 자리로 이어졌다. 열기는 더했다. 블로그에 대한 평소 생각을 나눴다.

기자가 “미디어나 정보유통 채널이라는 블로그의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냐”고 툭 던졌다. 블로거명 ‘네오비스’님과 ‘이지’님은 “일부 수긍할 수 있지만 올해 대선을 기점으로 블로그의 영향력과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다른 블로거는 “블로그는 기존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와는 다른 종류의 개인 생각과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라며 “기존 매체나 의견교환 수단에 대한 잣대로 블로그를 재단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뒷풀이가 끝나고도 10여명은 남아 2차 술자리를 가졌다. 파한 시간은 밤 12시. 일부는 얘기할 게 남았다며 또다른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행사를 개최한 스마트플레이스의 치프 블로거 류한석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은 “‘자유와 재미’가 행사 슬로건”이라며 “서로 지적 자극과 인적 네트워킹, 즐거움이 있는 행사를 기획했는데 모두 기대 이상으로 좋아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즐거워하는 걸 보면 그동안 모두가 토론에 굶주려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

P.S.

참석자들은 행사 다음날부터 블로그(www.smartplace.co.kr)에 트랙백과 댓글로 후기와 감상을 남겼다. 지적 자극과 활력을 얻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벌써부터 다음 토론회 참가 경쟁이 벌어졌다. 스마트플레이스는 오는 5월이나 6월께 세번째 난상토론회를 개최해 분기별로 정례화하고 중요한 이슈가 생길 때에도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트랙백)이미나 태터앤컴퍼니 홍보팀장: 난상 토론회와 같은 활동을 통해 (경험을) 남들과 나누고 더욱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트랙백)김후곤 서울지검 검사:피곤하다는 핑게로 참가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을까 아찔하다.

(댓글)안경호: 나이와 상관없이 많은 계층과 세대와의 소통에 노력하시는 분들에 많은 지적 간식을 먹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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