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기자의 피츠버그 통신]누구를 위한 표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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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레이와 HD DVD.

 차세대 영상매체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두 후보다. 양쪽 진영이 올해부터 마케팅을 본격 전개하면서 이곳 현지 방송에서는 두 매체를 비교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주로 두 매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소개하며 앞으로의 시장 향방을 가늠해보는 내용이다.

 그런데 지난주 한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의 IT 전문가 코너에서는 다소 독특한 분위기가 전개됐다.

 “블루레이와 HD DVD 중 어떤 것을 선택할까요”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걸작이다. “둘 다 필요없습니다. 당장은 DVD에 만족하세요.” 대답 자체가 대단히 성의없고 냉소적이다. 반면 뒤집어 생각해보니 블루레이와 HD DVD의 싸움을 바라보는 일반 소비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했다.

 규격 통합 논의가 무위로 돌아가고 소니(블루레이)와 도시바(HD DVD)를 중심으로 업체들이 헤쳐 모인 지금 한쪽을 선택하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블루레이로는 유니버설 영화를, HD DVD로는 소니픽처스와 월트디즈니 영화를 볼 수 없다.

 어느 쪽이 이기든 빨리 정리했으면 좋겠지만 한쪽이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점한 것도 아니고 DVD라는 당장의 대체재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 기간 지루한 싸움이 펼쳐질 것이 분명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HD DVD 편에 서면서 소니와 대립각을 세운 이상 양측 핵심의 생각이 쉽게 변할 것 같지도 않다.

 키는 역시 콘텐츠 업체가 쥐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영화를 두 가지 표준으로 만드는 비용이 다양한 플랫폼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고 강조한다. 워너와 파라마운트가 이미 두 가지 방식의 타이틀을 모두 출시했듯 자사 콘텐츠를 더욱 많이 공급하려는 것은 기본 생리다. 두 플랫폼에서 모든 콘텐츠를 즐긴다면 소비자들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소니 계열사인 소니 픽쳐스가 과연 HD DVD로 타이틀을 출시할까’에 생각이 미치니 또 다시 머리가 아파진다.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는 경쟁은 의미가 없다. 고용량 저장 기술의 블루레이 진영과 MS의 강력한 코덱 기술을 등에 업은 HD DVD 진영이 힘을 합쳤다면 진정한 차세대 매체가 탄생했을 것이다. ‘양 진영이 옥신각신하는 동안 온라인 고선명 영화 서비스가 뜻밖의 승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되새겨 본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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