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매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성서에 나오는 이 구절에 종교적 의미를 붙이지 않더라도 빛은 혼돈(카오스)의 반대 의미로서 인류에게 희망을 의미해 왔다. 빛은 태초부터 인류의 구원이었다. 자연히 빛을 만드는 도구는 인류 생활의 중심에 서면서 문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왔다. 기름 등잔을 쓰던 당시 고래 기름을 구하기 위해 애쓰던 상황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잘 묘사돼 있다. 이어 석탄가스를 등불로 처음 실용화한 것은 1798년 영국인 W 머독으로 알려져 있다. 1812년 런던에서 가스사업이 시작되면서 유럽의 각 도시로 번져갔다. 시인 김광균이 1938년 발표한 시 ‘와사등’에서는 일제하의 어두운 현실 속 고독과 불안이 가스연료를 사용하는 가로등, 즉 와사등으로 형상화된다.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영화 ‘가스등’에서도 그 희미한 이미지와 실루엣을 만드는 가스등은 자신이 기억력을 상실했는지를 몽롱하게 표현해 주는 소도구다.
어둠 속에서 몽롱한 불빛에 기댈 수밖에 없던 인류는 1879년 12월 미국 뉴저지주 멘로파크시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연구소 근처를 백열전구등으로 대낮같이 밝혀 놓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낮 같은 밤’은 멘로파크의 마법사 에디슨이 인류에게 제공한 최대의 선물이었다. 이어 형광등, 할로겐램프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빛이었다. 1990년대 말 일본의 나카무라 슈지가 청색LED를 발명하면서 에디슨이 써 온 백열전구 역사는 전기를 맞게 된다. 청색LED로 백열전구의 10%, 형광등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에너지로 있으면 밤을 밝힐 수 있게 됐다. 전력을 통해 빛을 만들어 온 것이 지난 128년 동안의 빛의 역사였던 셈이다.
최근 외신은 호주 미국에 이어 유럽이 3년 내 백열전구를 퇴출시키기로 했다고 전하고 있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백열전구 대신 절전형 청색 LED등을 사용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태양광 에너지 효율화에도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신기한 것은 백열등이 발명된 128년 전 오늘(14일) 태어난 아인슈타인은 빛이 에너지로 바뀌는 광전효과를 이론화했다. 인류는 오늘도 더 나은 빛을 찾고 있다.
이재구 콘텐츠팀장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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