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제조업체, 위피 논란에 단말기 로드맵 확정 못해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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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통 위피=저가 단말기(?)’

3세대(G) 휴대폰에서는 무선인터넷플랫폼 ‘위피(WIPI)’를 의무화하지 말자는 주장이 일부 이동통신업체를 중심으로 거세지면서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내수용 3G 단말기 로드맵 확정에 애를 먹고 있다. LG전자·팬택·KTFT 등은 KTF의 요구로 위피를 제거하거나, 코어(기능의 핵심 부문)만 탑재한 단말기를 개발했으나 위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출시 일자를 잡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통업체들이 위피 없는 단말기를 요구하면서 가격대를 대폭 낮춰달라고 주문하고 있어 실제 논쟁의 핵심이 위피를 없애는 것인지, 공급가를 낮추는 것인지 불분명해졌다는 게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지적이다.

◇사생아된 깡통 위피 단말기=LG전자는 KTF의 요청으로 위피를 제거한 HSDPA 전용폰 LG-KH1200를 개발, 망운용테스트까지 마쳤으나 위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출시를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KTF가 이 단말기 3만여대를 구매해 시중 대리점에 공급했으나 정보통신부가 강력하게 제재에 나설 기미가 보이자 실제 개통업무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은 팬택과 KTFT도 마찬가지. 팬택은 부품 공급 지연으로 다소 출시 일자가 늦춰졌지만 위피 없는 단말기 개발을 완료,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KTFT 역시 개발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위피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결정된 후 출시한다는 것이지만 경쟁사들의 움직임에 대응 모델의 가격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 경쟁력 확보는 가능=문제는 상황이 이에 이르자 위피를 없애는 것이 단말기 가격을 낮추는 지름길로 인식되면서 실제 논란의 핵심인 무선인터넷 서비스 확산과 국내 산업 육성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게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지적이다. 위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어서 단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무선인터넷 기능을 줄이면 베이스밴드와 메모리를 저사양으로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위피를 없앤다고 단말기 가격이 크게 낮아지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외산 저가 단말기 소싱이 가능해질 수 있는데, 반대로 국내 업체는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교통정리’는 정부 몫=휴대폰 제조업체들의 행보도 엇갈린다. 3G 시장 1위를 선언한 KTF와 함께 시장점유율을 올리고 싶은 LG전자·팬택 등은 동참했지만 삼성전자는 SK텔레콤과의 관계 등으로 미온적이다. 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정부는 당황스러운 눈치다. 2G의 규제를 3G에 똑같이 적용하기도 어렵지만 그동안 육성해온 무선인터넷산업에 대한 대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줄 곳은 정부밖에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위피를 기반으로 개발한 무선인터넷 콘텐츠와 솔루션을 수출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복안을 마련하지 않고서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