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김 조명` 제조하는 대방포스텍 이현도 사장

Photo Image

“40㎏짜리 쌀 한 포대를 짊어지고 갓김치 한 통을 담아서 앙드레 김을 찾아갔습니다. 비록 지방에서 올라왔지만, 패기와 열정 하나만큼은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앙드레 김이) 빙그레 웃더군요.”

 최근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과 손잡고 조명기구 제조에 들어간 광주소재 조명기구 제조업체 대방포스텍 이현도 사장(43). 국내 조명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특정인의 이름을 붙인 명품 조명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그의 표정은 여전히 상기돼 있었다. 이 사장이 처음 앙드레 김과 제휴하겠다는 생각을 떠올린 것은 지난해 10월.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제품이 화장품과 인테리어에 이어 가전제품까지 등장해 대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읽은 그의 머리 속에 조명기구에 앙드레 김의 디자인을 접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그 자체로만 상당 기간 맴돌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더욱이 지방업체라고 하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달 이상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온 이 사장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각오로 앙드레 김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수 차례 직원과 접촉한 끝에 어렵사리 앙드레김의 e메일을 알아 내 지난 1월 초,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앙드레 김 선생님 전 상서…(중략)…저는 최고의 조명기구를 만들어 보고픈 일념으로 11년을 조명기구 한 분야에만 몰두하고 있는 젊은이입니다…(중략)…대방포스텍의 벤처정신과 기술력은 널리 알려져 잠재력이 있는 회사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디자인과 브랜드 인지도에서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입니다…(중략)…세계 최고의 조명기업으로의 꿈을 잃지 않고 오직 한길만을 걷고 있는 대방포스텍의 젊은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메일을 받은 앙드레 김에게서 한 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이후 두세 차례 더 실무적인 만남이 이뤄진 뒤 비로소 올해부터 오는 2011년까지의 라이선싱 사용 계약 및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달 본격적으로 ‘앙드레김 라이팅’ 제조에 들어갔다.

 “제가 보여줄 것이라고는 세계적인 명품 조명기구를 반드시 만들고 말겠다는 신념과 모험정신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의지를 전라도 쌀과 김치로 대신 표현했습니다. 앙드레 김이 진심을 알고 기꺼이 손을 잡아주더군요.”

 이 사장은 “어두운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조명과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앙드레 김 디자인의 이미지가 어우러진다면 명품 브랜드가 탄생할 것으로 판단하고 과감히 밀어붙였다”면서 “이번 협약을 계기로 오는 9월까지 고급빌라와 아파트 등 특정 조명시장 분야를 겨냥한 조명기구 제품을 출시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미 앙드레김 조명 이름까지 정해놓았다. 앙드레김 하면 떠오르면 상징적인 표현인 ‘판타스틱’과 ‘엘레강스’라는 브랜드로 국내 조명업계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처음 매듭을 잘 풀어내 다행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이 사장은 광주지역 벤처업계에서는 성실함과 도전정신이 강한 사업가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94년, 전자제품 업체를 창업한 뒤 부도의 아픔을 경험한 그는 2년 뒤인 96년 시골인 전남 담양의 허름한 창고 같은 공장에서 절전형 조명센서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해 재기에 성공했다. 전등에 센서를 장착해 사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켜지고 지나가면 꺼지는 이 제품은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절약정신과 잘 맞아떨어져 ‘온-오프(ON-OFF)’라는 브랜드로 광주·전남 아파트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앙드레김 조명을 출시해 올해 200억원 매출에 도전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2∼3배 이상의 신장을 통해 코스닥 등록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선진국의 조명기구를 모방한 저급한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조명업계의 악순환을 끊고 조명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깨끗이 씻어내고 싶다”면서 “앞으로 몇 년 안에 오스람이나 필립스와 같은 세계적인 조명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반드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