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TRI의 위기와 기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체질을 바꾸려는(적응) 몸부림으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때 잘나가던 광대역통합망(BcN)연구단이 통신장비 시장의 제자리걸음으로 인해 새로운 과제 수주가 줄어들면서 올해 예산만 전년 700억원 대비 80억원가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TRI는 현재 전체 BcN연구단 인력 260여명의 5분의 1이 넘는 40∼50명을 타 부서로 이동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연히 내부 반발도 있고 옮겨 가야 할 처지에 놓인 연구원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BcN연구단 측도 함께 일하던 동료를 다른 과제로 내보내야 하기에 속내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FTTH 연구개발 사업이 지난해 종료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IT839 사업이 종료되는 올해 말을 지나면 더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문제는 연구과제중심제(PBS)다. ETRI 예산 5000억원의 2.8%만이 기관 고유사업으로 돼 있어 140억원 외에는 모두 연구과제를 따와야 한다.

 그러나 정통부의 연구개발사업은 대부분 기초분야보다는 응용기술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ETRI의 고민이 여기 있다. 당장이야 먹고살 수는 있지만 IT분야 강국을 유지하기 위한 원천기술 개발은 당연히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5년 뒤에는 어떻게 해야 되는데?”라고 묻는 것에 대해 ETRI 연구원들은 매우 곤혹스러워 한다. 가야 할 방향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돈줄을 쥐고 있는 정부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TRI 인트라넷에는 ‘나이를 막론하고 자기가 배울 만한 것이 많은 곳을 우선순위로 찾기 시작한다면 모든 곳이 갈 만한 곳’이라든가 ‘하필이면 내가 왜,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라는 의견 등이 분분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다면 5년 뒤에는 얼마든지 달라진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느냐 못하느냐는 바로 연구자의 몫이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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