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PC가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기술과 디자인을 융합해 ‘살림살이 PC’를 만들어야한다고 이어령 교수의 이색적인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 인텔이 개최한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이 한국의 미래를 이끌 원동력’ 좌담회에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겉으로 보기에 예쁘기만 하고 기술이 발전한 PC가 아니라 ‘살림살이’가 될 정도로 편리한 PC야 말로 한국 PC 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디자인은 세 가지 단계가 있는데, 첫번째가 외관으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두 번째가 기술, 그리고 세번째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단계”라며 “지금까지 PC는 세번째 단계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흉물스러운 존재였지만 이제는 이 세번째 것을 만족하는 것으로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PC는 가장 정적인 사람에게 맞는 도구이면서도 집 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부’를 위한 PC 디자인 하나 없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하면서 기술보다 디자인이 늦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휴대폰 카메라로 셀프 카메라를 찍어서 자기 얼굴 매무새를 고치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휴대폰을 거울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이처럼 PC도 PC가 아닌 다양한 도구로서 사용할 수 있도록 경대처럼 만든다든가 하는 여러 디자인 시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나는 내가 30년 동안 써온 만년필은 문학 박물관에 기증할 수 있어도 나의 저술을 도와온 PC는 문학박물관에 기증할 수도 없고 그것은 그냥 버려질 것”이라며 “PC도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인간의 동반자로서 만들 수 있는 것도 역시 디자인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미 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PC 밖에서 PC를 보는 노력이 없이 PC 자체로만 보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PC를 살림살이로서, 그리고 PC를 삶의 동반자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많은 노력들이 펼쳐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