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만 되면 미국은 미식 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로 열병을 앓는다. 일주일 전 인디애나폴리스와 시카고가 맞붙은 41회 슈퍼볼 역시 1억명에 가까운 미국인을 TV 앞에 끌어모으며 열기를 뿜었다. 그러나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광고였다.
엄청난 파급력 만큼이나 비싼 가격으로 유명한 슈퍼볼 광고는 올 해도 30초짜리 광고가 최고 260만달러(약 26억원)에 달할 정도로 기업들에게는 큰 투자다. 때문에 슈퍼볼 광고를 보면 해당 시기 잘나가는 산업 분야를 알 수 있다고도 한다. 호전되는 IT경기를 반영한 것일까. 올해는 IT기업 광고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실제로 어떤지 TV 관련 조사전문 기업인 닐슨미디어리서치의 자료를 분석해봤다. 슈퍼볼 메인 광고 중 IT 분야의 비율은 IT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 70개 중 무려 27%를 차지한 것을 기점으로 2001년 17%, 2002년 13%, 2003년 8%로 급감했다. 2004년 아메리카온라인(AOL)이 IT 광고 10개 중 4개를 떠맞으며 비율을 11%로 끌어올린 것을 제외하면 비율은 지난해까지 계속 10%를 밑돌았다. 그러던 중 올 해 101개 메인 광고중 12.8%를 IT기업이 차지하며 급반등을 이룬 것이다.
HP가 사상 처음 슈퍼볼에 광고를 했고 스프린트는 10년 만에 돌아왔다. 티모바일과 GPS 업체 가민도 뒤를 이었다. 2005년 슈퍼볼에 데뷔한 이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9%나 올랐던 도메인 업체 고대디닷컴(godaddy.com)은 메인 광고 두 편과 포스트 게임 광고 한 편에 돈을 쏟으며 승부를 걸었다. 특히, 커리어빌더·e트레이드·세일즈지니 등 상당수 닷컴 기업이 슈퍼볼 광고를 통해 세를 과시했다.
그런데 이들이 거둔 효과는 어땠을까. 인터넷 관련 데이터 조사 업체 히트와이즈가 지난달 29일과 슈퍼볼 다음날인 5일의 웹사이트 방문자 수를 비교한 결과, 세일즈지니닷컴이 155.69%, 고대디닷컴이 74.63%의 방문자 증가 효과를 누렸다. 올해 슈퍼볼 순간 시청률에서 최고를 기록한 장면은 4쿼터 중반 인디애나의 가로채기 후 터치다운. 운 좋게 그 직후 방영된 HP의 광고는 무려 9950만명이 시청했다.
여러모로 올해 슈퍼볼은 IT기업들과 궁합이 맞는 모양이다. 슈퍼볼에서 보여준 IT기업들의 선전이 실제 시장 발전으로도 이어지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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