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원관리(ERP) 업계가 올해 최대 이슈로 떠오른 중견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외국계 업체는 조직 개편과 준거사이트를 발표하며 공세를 올리는 한편 국내 기업은 신제품과 글로벌 경쟁력을 내세우며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매출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중견기업 시장은 자체 솔루션을 패키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올해 ERP의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ERP업체로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최근 국내 마지막 대형 ERP로 꼽히는 대한항공을 수주하며 기세를 올린 한국오라클(대표 표삼수)은 내친 김에 중견기업 시장을 장악, 부동의 1위 업체인 SAP코리아를 밀어낼 태세다.
한국오라클은 연초부터 경동도시가스 등 중견기업 준거사이트를 공개하며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특히 본사 간 인수합병(M&A)를 통해 확보한 피플소프트·제이디에드워드 등 중견기업용 솔루션에 대한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철 한국오라클 본부장은 “오라클의 애플리케이션 성장률은 이미 SAP를 넘어섰다”며 “경동도시가스 같은 성공적인 구축 사례를 바탕으로 중견기업의 리더십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SAP코리아(대표 한의녕)도 중견기업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으로 나뉘었던 조직에서 중견기업을 별도로 떼내 사업부를 강화했다.
권우성 SAP코리아 본부장은 “SAP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쥐었다”며 “올해 중견기업 전담조직을 앞세워 중견기업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들도 중견기업 시장을 향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텃밭이나 다름없는 중소기업 시장에 외국계 기업들이 진출해 국내 ERP업계가 고사위기에 몰린 가운데,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 중견기업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한국하이네트(대표 김현봉)은 국내 업계 최초로 64비트 ERP 솔루션을 종근당에 공급, 기세를 올리고 있다. 중소기업 시장에 치중했던 한국하이네트는 64비트 제품을 개발하면서 주력 시장을 중견기업으로 전환했다.
김희찬 한국하이네트 상무는 “64비트 ERP 시장 진출과 맞물려 주력 고객층을 중소기업에서 매출 1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중견기업 시장을 기반으로 64비트 ERP 시장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림원소프트랩(대표 권영범)은 중견기업의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춰 자사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ERP라는 점을 부각시켜 공세를 펼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최대 강자인 더존다스(대표 김용우)도 중견 기업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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