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올해 연구개발(R&D) 투자비를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릴 것이라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조사 결과는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R&D 투자가 핵심이라는 것을 국내 기업들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특히 올해는 경제성장률 둔화에다 대선으로 인해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기업의 R&D 투자 확대가 갖는 의미는 더욱 돋보인다.
올해 국내 기업의 R&D 투자액은 23조4000억원, 전체 매출액에서 R&D 투자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2.45%에 이를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R&D 투자가 이처럼 늘고는 있지만 외국 선진기업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컨설팅 전문업체인 부즈앨런 헤밀턴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미 자동차업체인 포드는 거의 8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R&D에 쏟아부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의 R&D 투자액도 거의 6조원에 육박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5조원을 R&D에 투자, 전 세계 기업 중 1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국내 기업의 R&D 투자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번 산기협의 조사에서 나타난 1만200여개 기업의 총 R&D 투자비가 23조4000억원이라는 사실을 볼 때 한 기업 평균 투자비가 20억원에도 채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외국 기업과 경쟁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R&D 투자비가 미래경쟁력과 정비례한다고 했을 때 이 같은 R&D 투자비로만 보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희망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R&D의 양적·질적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기업들 스스로 인력확보 및 미래 유망 연구과제 발굴 및 추진, 연구성과의 사업화 촉진 등을 올해 주요 R&D 당면과제로 내걸고 있다. 또 올해 총 2만9000여명의 연구원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R&D 투자에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올해 R&D 투자비 증가율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대기업이 올해 작년 대비 6.8% 증가한 17조8000억원을 투자하지만 중소기업은 무려 21.6%가 늘어난 5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비록 금액은 전체의 24% 정도에 불과하지만 중소기업 스스로 미래먹거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벤처 열풍을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R&D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투자금액을 늘리는 것만큼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선진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가 대부분 5%를 웃도는 지금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R&D 자원으로 외국 선진기업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효율성을 높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혁신적인 연구개발론 도입, 투자효과를 극대화하는 것과 함께 개발된 기술 대부분을 사업화에 연결하는 선순환구조로 R&D 체계를 하루빨리 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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