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슈퍼컴 4호기 도입 과정에서 보여준 협상 능력은 아직 나머지 일정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높이 평가되는 부문도 적지 않다.
KISTI는 전세계 슈퍼컴 동향에 대한 한발 빠른 정보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높은 성능치(200테라플롭스)를 제안토록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입찰 업체들이 KISTI 슈퍼컴의 의의를 설명하고 본사를 설득하는 노력도 빠질 수 없다.
이제 전문가들은 KISTI 슈퍼컴 4호기 도입 이후를 말한다. 좋은 슈퍼컴을 도입하기 위한 협상도 중요하지만,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 후, 슈퍼컴을 설치하고 직접 운영하는 사후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것. 슈퍼컴 도입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인 것이다.
학계에서는 KISTI가 1초당 200조회 연산이 가능한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게 되는 만큼 과학 발전을 위한 확실한 비전을 실현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대 김승조 교수는 “KISTI가 슈퍼컴 4호기를 통해 국가 과학 발전에 기록될 만한 구체적인 과업을 쌓아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슈퍼컴 도입 명분을 스스로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분명한 목표를 보여주는 동시에 슈퍼컴을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적극 양성하고 다른 연구기관과의 원활한 연구 공조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슈퍼컴퓨터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다수 과학자들은 병렬 컴퓨팅, 병렬 소프트웨어를 사용자가 손쉽게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KISTI가 힘을 기울여야한다는 주문을 많이 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슈퍼컴퓨터를 총괄하는 이상문 박사는 “사용자 입장에서 ‘애플리케이션 활용성’ 측면과 ‘보안’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시스템 관리자, 운용자, 사용자 삼박자가 잘 맞아야 슈퍼컴의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면서 “사용자 패턴과 요구에 맞게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려면 애플리케이션마다 잘 아는 조력자도 필요하고 절묘한 업무(job) 스케줄링을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박사는 “방대한 슈퍼컴을 이용하는 업무는 보안을 요구할 경우가 많다”면서 “보안의 허점이 노출되면 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슈퍼컴이라고 할지라도 열심히 활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확보한 그동안의 노하우를 정리하는 것도 중요한 사후관리 중에 하나라는 지적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신임 원장 부임, 슈퍼컴 센터장 교체 등 외부 변수로 프로젝트가 다소 지연됐다.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연구원들이 본연 연구 대신 프로젝트 진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이 때문에 소수 의견이기는 하지만, 한 제안업체 사장은 “프로젝트 추진 업무 자체를 아웃소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지수 슈퍼컴퓨터 4호기 협상단장은 “슈퍼컴 도입 이전과 이후가 모두 중요하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KISTI 슈퍼컴 센터가 다른 국가들이 벤치마킹하는 슈퍼컴 분야 베스트 레퍼런스로 자리매김할 것”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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