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공학교육이 국가미래다](3)日 가나자와공업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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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공업대학은 학생들의 작품 개발 및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일 년 365일 24시간 내내 자습실을 개방하고 있다. 사진은 학생들이 자율학습실에서 작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학력(지식·기능)×인간성=행동하는 엔지니어’

가나자와공업대학은 아직 도쿄대나 와세다대·교토대 정도의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최고의 취업률을 자랑하며 일본 대학들의 벤치마킹대상이 되고 있다. ‘행동하는 엔지니어 육성’을 목표로 학생이 자기실현의 목표를 갖고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교육, 연구, 서비스를 전개해 취업률 99%라는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가나자와공대가 일본 최고의 취업률을 자랑하는 비결은 프로젝트형 교육체계인 ‘공학설계교육(캡스톤 디자인)’에 있다. 학생 스스로 배우는 교육을 실천함으로써 학생이 배운 지식을 실제 산업에 응용하는 지혜로 전환하고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덕목인 인간성을 몸에 배게 한다는 것이 가나자와공대가 자랑하는 공학설계교육이다.

가나자와공대가 공학설계교육에 처음 눈을 뜨고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 공학교육 혁신에 앞장선 이시카와 겐이치 학장의 의지로 교수와 교직원을 미 MIT, 스탠퍼드대학 등으로 파견해 우수한 대학의 공학교육 현황을 파악하고 3년여 동안 200여 차례의 회의를 거쳐 95년에 가나자와공대 만의 공학설계교육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가나자와공대의 공학설계교육은 공학설계 1, 2, 3 등 3과목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과목은 학생들끼리 팀을 구성해 만들고자 하는 작품의 테마를 설정한 후 강의와 실험, 실습 등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종합적으로 응용해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 모든 과정은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을 그대로 학교로 옮겨놓았다는 게 특징이다. 실제 생산현장과 똑같은 과정을 대학 1학년 때부터 경험하는 공학설계교육에 따라 엔지니어로서 갖춰야 할 인간성을 정규 교과과정으로 몸에 배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행동하는 엔지니어를 육성한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후카사와 도이치 가나자와 공대 교수는 “1, 2학년과 4학년 때는 작품의 개발과 완성에 주력하고 3학년 때는 전공 공부를 통해 작품 완성에 활용할 수 있는 과목을 배우게 된다”며 “이렇게 해서 지난 12년 동안 학생들이 만들어 낸 작품은 800여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가나자와공대는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연구과제 프로젝트에도 참여, 지금까지 7개 프로젝트가 채택돼 연간 1000만엔∼1500만엔씩 4년간 예산을 받아 작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전공 교수의 50% 이상이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른바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교수진이라는 점도 가나자와공대가 내세우는 자랑거리다. 기업 출신 교수가 많은 만큼 기업인턴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반적인 인턴십의 경우 2∼30개사와 진행하고 있다. 또 기업에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발주하면 학생들이 팀을 꾸린 후 경합을 거쳐 진행하는 독특한 기업 인턴십도 지난해 4건에서 올해에는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부족한 수학·물리·화학 등 공학 기초공부를 위해 방과 후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전공 교수진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해결할 수 있는 공학기초교육센터를 마련, 운영하고 있다. 연간 1만명이 넘는 학생이 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가나자와공대는 정규 수업과 함께 방과 후에도 연간 300일, 학생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놨다. 이를테면 창조 공간인 ‘유메코보(夢考房·꿈의 공장)’를 비롯해 365일 24시간 개방하는 ‘자율학습실’, 최신 시설을 자랑하는 공과계 전문도서관인 ‘라이브러리센터’ 등이 갖춰져 있다. 실제 이 학교는 1학년 때부터 팀을 나눠 실제 작품(제품)을 만들면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조건과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유메코보로 유명하다.

마쓰이시 마사카쓰 교수(실기교육부장)는 “다른 대학과 달리 가나자와공대는 신입생 중 70% 가량이 외지에서 올 정도로 지역 명문대가 됐다”며 “특히 유메코보에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오는 학생들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밝혔다.

◆인터뷰-이시카와 겐이치 학장

“교육이라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이시카와 겐이치 일본 가나자와공업대학장은 “교육은 가르치고 배우는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학생을) 계발하고 양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대학은 4학년이 된 후에 졸업연구를 하게 돼 있지만 가나자와공업대학은 1학년 때부터 참여하게 해 학교에 다니는 4년 내내 작품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실제 산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터득하고 극복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전문지식을 학습하면서 필요한 능력을 몸에 배게 하고 그 능력을 학생으로부터 끄집어내는 것이 가나자와공업대학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이시카와 학장은 “10여년 전부터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교육’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교육 개혁을 추진해 왔고 결국 생각하지 않으면 행동은 불가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이시카와 학장은 90년대 중반 교수진과 직원들을 미국 유수의 대학에 보내 대학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배우게 했고 그때부터 실제 체험을 강조하는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교수진들이 전달하고 싶은 지식의 양과 학생들이 소화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은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는 판단 아래 학생들에게 전달해야 할 지식의 양을 조절했다. 또 일반 대학에서 가르치는 지식의 질과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의 질을 파악, 실제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전달하는 시스템을 조성했다.

이시카와 학장은 공학교육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공학설계 교육을 근간으로 한 전문 커리큘럼과 기본적인 능력육성을 위해 기초교육을 연계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가나자와공업대학은 재학생 99%이 졸업 전에 취업에 성공하는 기록을 세우는 등 일본 대학사회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시카와 학장은 “최근 들어 다른 대학이 가나자와공업대학의 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도입하고 있지만 해당 대학의 체질에 맞춰서 적용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국공립 대학교에 비해 2.5배나 비싼 수업료를 받고 있는만큼 그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이시카와 학장의 개혁의지가 돋보인다.

◆유메코보

‘유메코보(夢考房·꿈의 공장)’

가나자와공업대학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방과 후 학습 클럽이다. 유메코보는 모든 학생들이 언제든지 안전하게 손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공방(工房)이 아니라 머리와 손, 온몸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공방(考房, 우리말 독음은 다르지만 일본어 발음은 같음)이다.

지난 2002년에는 ‘유메코보 캠퍼스를 실현하는 공학설계교육과 유메코보 활동’과 관련해 일본 문부과학장관상을 받았고 2003년에는 문부과학성으로부터 ‘특색 있는 대학교육지원 프로그램’으로 채택돼 지원 자금을 받기도 했다.

가나자와공대의 유메코보의 자랑거리는 작업실에 상주하면서 학생들을 지원하는 스태프들이다. 기업 출신이나 이 대학을 졸업한 숙련된 엔지니어가 16명에 이르고 학생스텝도 35명에 이른다. 스태프들은 학생들의 작품 완성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뿐 아니라 안전사고를 일으키지 않도록 강의도 한다.

유메코보는 수업시간 외에 학생들끼리 모여서 작품을 연구하고 만드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 학생증을 등록기에 갖다대면 안전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자동가입되도록 하는 등 만일에 있을 학생들의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또 작품 제작에 필요한 부품이나 자재는 실비로 구입할 수 있는 공구매점이 있고 특정 공구는 빌려서 사용할 수도 있게 했다.

유메코보는 대학 내에 두 곳(1000㎡ 및 2000㎡급)이 마련돼 있으며 연인원 9만1000명이 유메코보를 이용하고 있다.

가나자와(일본)=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