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한민국 최초의 예비 우주인이 탄생했다.
정부가 26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우주인 배출사업에 나선 주요한 목적은 다름아닌 과학 기술에 대한 국민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우주개발 분야에 힘을 쏟기 위해 가장 먼저 과학의 대중화에 힘을 쏟는 정부의 모습에서 우리의 과학 및 산업기술에 대한 국민 관심의 수준을 엿볼 수 있다.
21세기 선진경제 국가의 필수 요소는 정보화와 지식기반 경제다. 이의 요체는 첨단 기술 개발과 보유에 근거한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은 지금도 미래 성장엔진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땀 흘리고 있다. 국가도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차세대 기술 개발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한 지원 중 하나가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이다. 정부는 매년 국내에서 개발·실용화된 신기술 가운데 세계 최초 및 최고 수준으로서 기술·경제적으로 탁월한 파급효과를 나타낸 기술을 전 분야에서 망라, 10가지를 뽑아 신기술로 선정하고 있다.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상을 수상한 기업은 수년, 수십년간의 기술 개발 노력을 인정받는 기쁨 외에도 국가의 산업발전에 이바지했다는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술을 수상하는 경사스러운 자리가 그들만의 잔치로 그쳐 아쉬움이 크다. 이 상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해야 할 언론과, 정작 신기술의 혜택을 누리게 될 국민의 관심이 극히 미약했기 때문이다.
10대 신기술상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술에 수여되는 상이다. 그러나 일부 매체에서는 신기술상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고, 국민의 호응과 수상 가치에 대한 이해를 기대할 수도 없는 분위기였다. 이 상을 통해 기술개발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첨단 신기술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무색하게 느껴졌다.
기술개발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야말로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요소다. 이러한 무관심 속에서는 기술개발 인력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열악한 개발 여건은 낙후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할 만한 현상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수 인재의 공대 지원 기피다. 대부분의 우수 인재는 의대나 법대 등을 선호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공대 출신자가 미래의 의료분야까지를 맡게 된다는 미래학자의 예견조차 간과하는 답답한 수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곧 과학 및 산업기술 분야에서의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내다볼 때, 국민 무관심으로 인해 산업 전반의 사기가 떨어지고 국가 기술의 잠재능력이 퇴보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자본과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선진경제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형의 자산 즉 지식기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불행히도 근자에 국민 관심의 초점이 정서적인 무형의 자산, 즉 문화 콘텐츠에만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올해는 100년 후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첨단기술과 그 개발 인력에게도 온당한 관심이 쏠리게 되길 소망한다.
생명의 진실과 신비로운 인체의 비밀을 이제서야 구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지에서 솟아오르는 공학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던가. 분명한 것은 공학과 산업기술의 근본적인 발전 척도에 따라 여타 학문, 심지어 의학의 발전 수준이 좌우될 것이라는 점은 영악하고 지혜로운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학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대통령 장학생으로 대학에 특례 입학한 의사지망 조카에게 공학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공학을 공부하게 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최고의 인재는 반드시 공학을 선택하게 되는 가치관이 국가정책과 국민의 관심으로 설정되기를 희구한다.
◆이억기 파이컴 부회장 oklee@phi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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