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한국경영연구원(KMDI) 발족
1974년은 내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된 때다. 지금도 기업경영 지식 전파 및 보급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경영연구원(KMDI)을 발족시킨 것이다.
KMDI 발족에 결정적인 불을 당긴 것은 한국개발원(KDI)이었다. KDI는 정부가 경제 발전을 계획하고 연구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었는데, 경영학 분야에도 이런 연구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몇몇이 모여 사단법인 형태의 공익 법인을 발족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때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들이 최기원 교수, 황일청 교수, 서상용 교수, 나 그리고 박성기 박사(당시 코오롱 그룹 계획회사 사장)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대학 박사 50여명과, 미국에서 MBA를 취득하고 기업에 재직중인 30명 등 총 80여명을 회원으로 경제기획원 산하에 만들어졌다. 매달 최고경영자 세미나를 개최해 대학 교수들과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의견을 토론하고 공유하는 장을 제공했다. 매달 특급 호텔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당시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KMDI는 우리 기업들이 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기업 경영문제를 자문해 주는 기관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당시만 해도 외국 컨설팅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지 않은 때였으므로, KMDI는 세미나뿐 아니라 컨설팅 분야에서도 크게 기여했다. 아마 오늘날 우리나라 30대 기업들 모두가 KMDI와 연을 맺고 세미나, 교육, 컨설팅 등 모든 분야에서 힘을 합쳐 노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KMDI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글자 그대로 ‘공익 법인’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보통 사단법인이라고 해도 발기인이나 몇몇 사람이 계속해서 운영하는 경향이 있으나, KMDI는 공익성을 유지하면서 젊은 교수들 위주로 맥을 이어가고 있다.
KMDI가 나름대로 의미를 인정받는 것은 경제 발전 초기부터 우리 기업들과 함께 합리적 경영을 위해 시스템을 설계하고, 선진기업들의 경영 지식을 우리 기업들에게 전수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또 비공식적으로는 경영학과 경제학 교수들의 친목의 장을 만들어 줬다. 단적인 예로 KMDI 회원 전체와 가족들은 제주도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며 여름 휴가를 즐겼고, 봄과 가을에는 야유회를 가기도 했다. 당시 어린아이들이 이제는 어엿한 교수로 대학에서 연구하고 기업이나 금융계에서 맹활약하는 것을 보면, 내가 확실히 할아버지 세대임을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니, 지금 장성한 젊은이들이 나를 아직도 ‘초콜릿 나눠주는 아저씨’로 기억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KMDI 주최 세미나는 기업체 후원이 많아 봄·가을 야유회를 갈 때면 제과회사로부터 기증받은 과자를 내가 늘 나눠줬기 때문이다.
나는 KMDI의 발기인으로서 연구위원에서 시작해 부원장, 원장을 거쳐 이사장까지 약 25년을 KMDI와 더불어 보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KMDI는 서울대학교와 더불어 내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다.
skwa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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