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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문화콘텐츠 세상 조성 꿈”
미술품 유통 나선 포털아트 김범훈 사장
“가격거품을 걷어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림을 감상하고 부담없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생활 속의 미술 문화’를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IT업계의 풍운아 김범훈 포털아트 사장(48)이 또 한번 일을 냈다. 온라인으로 북한 화가의 그림을 국내에 대량으로 유통해온 포털아트(www.porart.com)가 이달 들어 국내 유명 중견화가 작품도 온라인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화랑가의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것. 포털아트는 국내외 화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인터넷 경매 방식을 통해 좋은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김 사장이 지난해 11월 설립한 미술품 전문 포털 회사다.
“컴퓨터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더니 모두가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북한 화가의 그림을 국내 유통시키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죠.”
그랬다. 지금은 누구나 컴퓨터로 음악을 듣고 생생한 입체음향으로 게임을 즐긴다. 하지만 20년 전만해도 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1989년 국내 최초의 컴퓨터 음악카드인 ‘옥소리’가 나오기 전까진 말이다. ‘옥소리’는 출시 3년만에 국내 컴퓨터 노래방 붐을 일으키면서 90년대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사운드 카드의 대명사로 꼽히는 ‘옥소리’를 만든 사람이 김 사장이다.
95년 ‘옥소리’를 매각한 김 사장은 99년 인터넷솔루션 업체인 훈넷을 설립해 활동하던 중 느닷없이 북한으로 넘어가 북한과 인터넷을 이용한 남북협력 사업을 전개하고 나서 또 한번 시선을 끌었다.
우여곡절 끝에 북한에서 돌아온 그가 야심차게 손댄 사업이 미술품 경매 사업. 2004년 10월 북남교역주식회사를 설립한 그는 이듬해인 2005년 9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북한 미술품을 경매 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금은 하루 30점 이상, 월 1000∼1500점 이상의 북한 미술품이 경매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가장 짧은 시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포털아트인 셈이죠”
현재 국내 화랑은 어림잡아 100여 곳 안팎. 그림 전시 외에 그림을 사고파는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곳은 더 적다. 이들 화랑이 한달에 거래하는 작품 수는 10여 점 내외다. 따라서 월간 1000점 이상의 작품을 판매하고 있는 포털아트의 유통력은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김 사장이 화랑과의 전면전에 자신감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사장은 “음악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문화 콘텐츠가 꽃을 피우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부담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림 유통이 활성화되면 창작 활동이 더욱 왕성해져 결과적으로 우리 미술계를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화랑들의 불합리한 유통 및 가격구조에 맞서 그림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온라인 그림 유통 시장 개척에 나선 김 사장의 새로운 도전에 미술계는 물론 IT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김종윤기자@전자신문, jykim@ 사진=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