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원자현미경(AFM)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탄소나노튜브(CNT) 탐침을 저가로 대량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나노 크기(10억 분의 1) 물체의 측정에 자주 이용되는 원자현미경은 시료 측정을 위해 탑재되는 탐침에 주로 실리콘이 사용됐지만 최근 들어 측정 정밀도와 수명이 탁월할 CNT가 적용된 제품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수만원에 불과한 기존 실리콘 탐침에 비해 CNT 탐침은 100만원 선에 육박하는 고가인 탓에 관련 산업계나 연구기관 등에서 도입이 쉽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기계연구원 한창수 책임연구원과 아주대학교 김재호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03년 21세기 프런티어사업 나노메카트로닉스 지원과제로 시작한 ‘CNT탐침의 저가 대량제작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마치고 최근 나노·바이오 구조물 측정에 성공했다.
한창수 책임연구원은 “기존에 상용화된 CNT탐침 제조법은 고가의 전자현미경과 진공상태에서 숙련 기술자의 장시간 제작이 필요해 생산단가가 매우 높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전기장과 나노박막 등을 이용한 방식을 통해 CNT탐침 제작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그중 하나는 ‘전기장을 이용한 방법’으로 간단한 저가의 조립장치에서 CNT가 퍼져있는 용액을 실리콘 탐침과 전극 사이에 떨어뜨린 뒤 1분 이내에 용액을 증발시켜 탐침에 CNT를 부착하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나노 박막을 물에 띄운 뒤 기존 실리콘 탐침을 박막에 담궜다 꺼내는 ‘나노박막식’이다.
이들 방식을 이용하면 10∼30㎚ 굵기의 다중벽 CNT가 부착된 고세정비의 탐침과 5㎚ 이하 굵기의 단일벽 묶음 CNT가 부착된 고성능 바이오용 탐침을 제작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국내 벤처기업인 엠투엔에 기술이전이 이뤄져 올해 안에 상용화가 추진된다. 연구진은 향후 상용화될 경우 그동안 일반 실리콘 탐침이 적용된 원자현미경을 주로 이용해온 연구기관과 산업계에 기존 CNT탐침 가격의 30% 수준에서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원자현미경 탐침 시장은 연간 3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나노·바이오 기술과 제품 개발의 활성화로 향후 큰 폭의 수요성장이 기대된다.
한 연구원은 “CNT탐침을 저가에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것은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며 “원자현미경은 물론이고 향후 X레이 장치, 전자현미경, 바이오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해외 나노관련 유명저널인 나노테크놀로지, 카본 등에 연이어 발표된 이번 연구결과는 이미 각각 2건의 국내 특허 등록과 출원이 이뤄졌고 해외에서도 총 3건의 특허가 등록 또는 심사 중이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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