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서둘렀던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 실적 올리기에만 집착한 것이 아닌가도 싶다. 너무 짝사랑만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텔의 한국R&D센터가 채 꽃도 피우기전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국내 ‘외국기업 R&D센터 1호’의 허망한 퇴청은 관련업계에 매우 충격적이어야했다. 그러나 다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정작 이 사건(?)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누구보다도 실정을 잘 알아야 할 국내 정책당국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불과 한 달전만해도 ‘인텔의 R&D 철수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인텔 R&D센터는 정부의 R&D 허브 전략의 첫 단추였다. 대통령까지 공을 들였다. 공만 들인 것이 아니다. 공치사도 대단했다. 정통부는 2003년 유치 당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한 술 더떠 경기도는 파격적인 특혜를 주며 여의도에 있는 R&D센터를 분당으로 끌어오며 새로운 R&D센터 유치라고 다시 한 번 홍보했다.
물론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인텔이 한국R&D센터 폐쇄를 전격 발표한 지금, 그 성과는 공허하다. 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인텔을 탓할 일도 아니다.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것은 한국의 R&D센터는 인텔이 상황이 어려워지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카드였다는 점이다. 한국에서의 성과는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인 보잘 것 없고, 하찮은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를 탓해야 한다.
사실 이같은 문제제기가 과거 없었던 것도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미 지난해 발표한 ‘한국 진출 글로벌 R&D센터의 특성과 상호작용 분석’ 보고서는,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약 900개의 R&D센터는 규모가 작고 한국 기업·연구기관의 상호작용이 부족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 놓은 바 있다. 인텔도 그 중 하나였을 뿐인 셈이다.
외국기업 R&D센터들은 특혜를 받아 국내 벤처단지의 넓은 사무공간을 거져 쓰다시피하고 있다. 그 옆에서는 국내 IT업체들이 협소한 공간에서 등을 부비며 땀띠를 호소할 지경이다. 이젠 외국기업 R&D센터 유치 정책을 재평가하고, 외국기업 R&D센터와의 역차별을 호소하는 국내 IT업계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심규호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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