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9조8000억원 규모로 10조원에 근접한다. 기술 분야별로는 전기전자·정보·통신 분야 투자 비중이 30% 정도로 타 분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우리나라의 IT 분야가 활성화돼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얼마 전 정보통신부는 2006년 IT산업 생산이 우리 GDP의 16%를 차지하며, 전체 경제 성장률의 40%,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했고 선진국을 뒤쫓던 자리에서 이제는 신기술을 선도하는 위치로 바뀌고 있다고 발표했다. 정말로 놀라운 기록이다. IT산업의 글로벌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정보화촉진기금에서 지원되는 정통부의 새해 R&D 관련 예산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IT분야가 앞으로 짊어질 역할에 비해 충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모르기는 몰라도 차세대 성장동력 역시 아마도 IT분야 아니면 IT가 접목되는 분야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정부를 비롯해 기업은 내내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동분서주해 왔다. R&D 지원체계를 프로젝트 수주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경쟁원리에 입각한 시스템도 구축했다. 정보통신 분야도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기업적인 접근방식을 과감히 도입해 다른 부처를 앞서가면서 신성장동력 찾기에 몰입했다. 물론 몇몇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스스로의 평가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국내 유수의 기업이 새해 화두로 원천기술 확보와 글로벌화를 들었다. 새삼스럽게 이게 무슨 말인가. 그동안 신문지상과 방송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세계 최고’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는 무엇이었던가. 현란한 수식어 뒤에 숨겨진 우리 기술력의 현주소를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토대가 되는 원천기술 경쟁력은 아직 갈 길이 험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IT산업의 글로벌 핵심경쟁력이 무엇일까. IT산업의 범위에 산업가치사슬에 따라 콘텐츠와 정보통신서비스를 포함할 것인가, 아니면 IT 관련 장비나 기기와 소프트웨어에 국한할 것인가에 따라 논의는 달라지겠지만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은 역시 첨단기술력에 있다.
원천 IT의 발전을 도모한다면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소리 내어 외치지 말라는 것이다. 꾸준히 묵묵히 새로운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투자 시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부의 기술개발 투자는 기업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 성과물에 너무 조급해 해서는 안 되며, 1∼2년의 짧은 안목을 가져서도 안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정통부만이라도 작금의 프로젝트 수주 형태의 연구비 지원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R&D의 연속성을 담보로 한 정부의 기술개발 투자는 투자 자체만으로도 기술개발 전문인력을 배양하는 효과를 지니기 때문이다. 20년, 30년을 연구실에 파묻혀 정도를 걸어가는 핵심 전문인력이 없이는 글로벌 기술경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둘째, IT산업 발전의 근간은 바로 네트워크라는 사실이다. 반도체, IT 시스템 장비와 기기 그리고 SW로 대표되는 국내 IT산업의 발전은 국내 정보통신 서비스산업의 발전과 뒷받침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IT개발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CDMA기술 상용화, 전전자교환기인 TDX 개발, 반도체기술 개발은 국내 정보통신서비스 산업의 발전이 없었다면 국내 시장에서의 수요부족으로 인해 꽃을 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기술개발정책은 반드시 서비스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경쟁정책, 규제정책을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 개발기술의 상용화가 반드시 서비스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신기술을 가진 작은 기술기업이 넘쳐나는 환경을 계속해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닷컴 버블 이후 세간의 관심이 떠나버린 IT벤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정통부는 조용히 그리고 꼼꼼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병술년이 저물고 2007년 정해년 새해가 밝았다. 항상 그랬듯이 새해 초에는 지난해에 못 이루었던 것을 이루어 보겠다는 다짐을 한다. 정해년을 맞아 R&D 투자에 관해서는 다시 한번 기본에 충실한 정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새해에는 차세대 성장동력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음 같아서는 R&D 투자도 해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늘었으면 한다.
◆양유석 중앙대학교 국제교육원장 yooyang@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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