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기분 좋은 송년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조우한 교육인적자원부 공무원. 그는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1 대 1로 합쳐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기로 했음을 몰랐다. 깜짝 놀라며 “그래요?”라고 되물었을 정도였다.
정통부 어느 공무원은 기자에게 “우주인 뽑았어요?”라고 물었다. 과학기술부가 지난달 25일 고산·이소연씨를 한국 첫 우주인 최종 후보로 뽑았음을 모르고 있었다. 과기부 한 직원은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면 각종 규제, 산업 진흥을 포괄하는 것만도 힘들 테니 전파연구소와 같은 연구개발기능을 과기부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전파연구소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전파연구소는 정보통신기술이나 기기에 관한 기준·규격 등을 검증·승인·등록·평가하는 곳이지 기술·기기를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
때로는 당황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98년 2월 ‘처’에서 ‘부’로 승격하고, 2004년 10월 부총리 부처로 격상한 과기부를 여전히 ‘과학기술처’라고 부르는 공무원이 의외로 많은 것. 물론 잘 몰라서라기보다는 한 번 박힌 인식(과기처)이 위력을 떨치는 까닭이다.
기자가 만난 교육부 공무원은 부인할 수 없는 교육행정 전문가다. 우리나라 교육체계를 어떻게 개혁해야 할지를 주르륵 꿴다. 다른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나랏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관심 폭이 상대적으로 좁을 뿐이다.
마음이 끌려 주위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방송통신위원회가 만들어지는지, 우주인을 뽑는지, 전파연구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모른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나랏일은 좀 다르지 않을까. 너무 바빠 시간이 부족한 것은 잘 알겠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은 조금 염려스럽다. 서로 잘 협력하기 위해 고위공무원단을 만들고, 부처 간 실무인력 교류를 활성화하지 않았던가.
참여정부가 지난 4년여 동안 하나의 정부에서 한목소리(정책)를 내기 위해, 공무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쉼없이 노력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무관심하면 모두 쓸모없는 일이다. 공무원 여러분, 부디 ‘다른 부처에서 무슨 일 하는지’ 관심 좀 기울이는 한 해를 보냅시다. 이은용기자·정책팀@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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