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분석]국내 DTV 시장, 양극화의 그늘

 ‘삼성전자, TV 단일품목으로만 전세계 시장 매출 100억달러 돌파, 보드로TV 세계시장 석권, LG전자 올해 사상 첫 국내 시장 TV 매출 1조원 돌파.’

삼성전자·LG전자가 올해 국내외 TV 시장을 석권하면서 우리나라 TV산업이 화려하게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중소 디지털TV 업체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염려하고 있다. 삼성·LG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TV 시장에서 나름대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연명해왔으나 올 들어서는 매출·수익 모두 바닥까지 떨어지며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TV 시장이 PDP·LCD 등 대형 평판 제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중고가형 제품은 삼성·LG가 독식하고, 보급형 제품은 최근 국내 시장에 진출한 중국·대만계 업체들을 당해내지 못하는 이중고 탓이다. 특히 TV 완제품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패널을 삼성·LG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중소 업체들의 주력인 40인치대 이하 제품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처지다. 대다수 중소 TV 업체들이 진입 장벽이 없는 단순 조립생산 방식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던 한계를 최근 들어 체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 TV 업체들은 올 들어 줄줄이 매출감소와 크게 늘어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전혀 새로운 업종에 진출하거나 특화된 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분위기다.

한때 나스닥에 상장까지 됐다 부도를 겪었던 코리아데이터시스템스(대표 이종훈)는 올해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매출에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전통적인 조립생산 방식으로는 국내 TV 시장에서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 이 회사는 새해부터 ‘건설업’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평판 TV로 넘어가면서 삼성·LG의 양대 구도가 고착화됐고 보급형 제품 시장에서는 중국·대만산 TV와 가격경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리아 프리미엄’을 가진 해외 시장조차 최근 들어 눈을 돌리다 보니, 일천한 경험 탓에 수출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덱트론(대표 마이클 박)은 경영난을 못견뎌 주주 및 경영진을 교체한뒤 사업의 중심 축을 TV에서 나노 2차전지 사업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작년 9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한뒤 올해 1600억원을 기대했으나 목표치의 10%에도 못 미치는 14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덱트론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주력 사업이 2차 전지가 될 것”이라며 “TV 사업은 손익만 맞추는 식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보스(대표 심봉천)도 지난해부터 TV 사업의 무게중심을 가정에서 기업용 시장으로 돌렸으나, 올해 500억원에 그치는 매출에 적자가 예상된다. 우성넥스티어(대표 안철수)도 올해까지는 침체가 불가피하지만 새해에는 미국 자회사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해외사업을 적극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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