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생협력, 현장을 챙기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회가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30대 그룹 회장, 중소기업인, 경제단체장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8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참여정부의 핵심과제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주요 성과를 점검하고 새해에 추진할 상생협력 정책의 큰 틀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였다는 평가다. 특히 상생협력에 대한 각 경제 주체의 공감대 확산과 그간 축적해온 이론·제도적인 토대를 기반으로 내년에도 상생협력 정책을 심화·발전시키기로 했다고 하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번 보고회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정책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확인해줬다.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구성한 기업이 지난해 4개 그룹에서 올해는 15개 그룹으로 확대됐고 상생경영 투자 규모도 지난해 1조401억원에서 올해는 1조4307억원으로 37.6%나 증가했다. 내년에는 30대 그룹의 상생경영 투자액이 올해보다 36% 이상 증가, 1조946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상생협력 투자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정부의 상생협력 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것은 기업의 성과공유제 확산, 수급기업 투자펀드 조성, 대·중소기업 그린파트너십 확대, 도급 위반혐의 업체 감소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휴면특허이전 사업이나 해외공동 마케팅 사업 등이 대기업의 협조 부족이나 사업성 미흡 등으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한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차근차근 개선해나가면 된다.

 정부는 내년에 상생협력 정책을 ‘산업·지역·사회발전전략’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산업별로 특화된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발굴·운영하고 업종별 상생협력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지역발전 전략과 상생협력 정책을 연계해 권역별로 차별화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발굴 및 지원하고 지역내 대기업 주도하에 상생형 지역 혁신 클러스터를 개발하기로 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상생협력 정책을 지역균형 발전전략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생협력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상생협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식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74.2%가 현재 상생협력실적이 적정하거나 과다하다고 응답한 반면에 중소기업은 절반 이상(51.9%)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상생협력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생각하는 중소기업은 14.2%에 불과했다. 대금결제방법·불공정거래·상호신뢰도·상생협력 추진의지 등을 기준으로 산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지수도 아직은 기준치에 미달한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사결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지수는 100점 만점에 50점을 밑돌았다. 특히 전자산업은 38.7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상생협력 수준이 매우 낮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정책 담당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내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정책은 기업 현장의 상생협력 체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상생협력 조직을 확대하고 지역균형 전략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증대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 현장의 상생협력 체감도다. 기업 현장에서 상생협력 분위기를 피부 깊숙이 인지하지 못한다면 상생협력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현장을 챙기는 상생협력 정책이 그래서 중요하다. 진정한 상생협력의 분위기가 경제의 가장 밑단까지 확산되는 정해년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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