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업의 존폐를 염려했던 하이닉스는 27일 현재 시가총액 16조6000억원의 초우량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당 순익은 지난 2003년 마이너스에서 불과 2년 만에 4000원대로 올라섰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결정에서 채무상환 유예, 부채 출자전환에 이르기까지 채권단의 도움이 컸고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의 호황이 하이닉스를 살려낸 결정적 계기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부의 ‘운’이 전부는 아니었다. 지난 몇 년간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이 회생의 발판이기도 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문과 LCD사업을 매각한 돈으로 주력사업에 재투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이른바 선순환 사업구조를 갖췄던 게 대표적인 모범 사례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우일렉을 비롯해 매물로 등장한 국내 IT기업들이 영속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새 주인을 찾고, 이에 앞서 스스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성공적인 매각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 여건이 최우선=매각 대상에 오른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채권단 또한 ‘신규 투자-수익 창출-재투자’로 이어지는 사업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데 무엇보다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중에 엄청난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지만 당장 돈 몇푼에 급급해 매각 협상에 매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일렉은 이미 청산가치보다 영속가치가 더 높다고 판결난 워크아웃 기업이다. 민후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통상 매각이 성공적이냐 아니냐는 사후적으로만 평가받을 뿐”이라며 “중요한 점은 그동안 경쟁력을 갖췄던 사업기반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는 곳에 파느냐 여부”라고 말했다. 매각 협상 대상자가 외자계냐, 사모펀드냐도 결정적인 판단기준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대에 이미 연구개발·생산·판매까지 국적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이닉스의 사례가 그랬듯 전 세계 시장환경 변화도 예단할 수 없는만큼 매각 협상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매각 대상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는 심각한 경쟁환경에 놓인 국내 IT산업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민 위원은 “매각 대상 기업이 시기를 놓쳐 위기에 봉착하거나 주인을 잘못 찾을 경우 국내 IT산업 전반에 줄 전후방 효과도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매각 사례 만들어야=업계에서는 당장 새해 들어 매물 홍수가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대우일렉을 필두로 법정관리 상태인 삼보컴퓨터는 이미 수면으로 떠오른 사례들이다.
현재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몇몇 업체도 새해에 경영정상화를 위해 새로운 주인 찾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N쇼핑, C커뮤니케이션, 통신기기제조업체 K사, 유통업체 H사 등도 매각이나 외자 유치를 타진할 공산이 있다. 해당 분야에서는 하나같이 그 나름대로 평가를 받았던 기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성공적인 ‘매각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팀장은 “지금은 외자에 헐값 매각이나 외국 기업으로 기술유출 논란 등 국수주의적인 시각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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