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부회장이 LG상사 부회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LG필립스LCD호(號) 새 선장이될 권영수 사장 내정자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어느 때 보다 높은 파도와 폭풍우에 직면해 ‘키’를 건네 받은 LG필립스LCD호(號)의 권영수 선장은 결코 쉽지 않은 항해를 책임지고 끌어가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힘든 시기에 ‘방향타’를 잡은 권영수호는 수익성 창출과 가치창출을 위한 투자전략 마련, LCD TV시장 경쟁력 및 대응력 강화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권 사장은 무엇보다 우선하는 선결과제로 ‘내부 결집 및 분위기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에서만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원동력이 만들어지고, 이 원동력은 내부 구성원들의 호응과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새해에는 LPL의 조직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세계 1위를 재달성하는 발판을 다진다는 각오다.
◇다시 한번 할 수 있다=올해 사상 최대의 적자가 예상되는 LG필립스LCD는 세계 1등을 달성했을 때의 활기찬 모습이 다소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불과 1∼2년 세계 1등을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던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임직원의 자신감과 사기가 떨어졌다. 권 사장은 조직분위기를 ‘다시 한번 할 수 있다’로 변화시키는 것에 경영 초점을 두고 있다. LPL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권영수호는 통상 기업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하는 급격한 변화와 인위적인 혁신을 지양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보다는 이해와 관용의 문화속에서 ‘더불어 다같이 다시 한번 해보자’는 격려와 존중의 조직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조직문화 활성화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직변화는 평소 솔직한 대화를 중시하고 임원회의에도 직언을 아끼지 않는 권 사장의 스타일에 기반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담당자를 신뢰하고 일을 맡기는 분위기. 권사장의 이 같은 격려와 존중의 조직문화 활성화 방향은 임직원 사기를 고양시키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LPL의 조직 문화에 신선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수익경영은 필수=‘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은 수치다. 현재 LPL의 상황을 볼 때, 권영수 사장의 첫 임무는 가치경영을 기조로 한 수익성 회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분기 동안 지속된 LPL의 영업적자 상태를 한시라도 빨리 수익이 나는 체질로 바꾸는 것이 권영수 사장이 완료해야 할 첫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LPL의 원가절감과 공정개선 등을 포함한 수익성 회복 노력은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시장에서 권 사장에 거는 기대가 각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LG전자에서 실천에 옮긴 원가절감과 공정개선 프로그램을 누구보다도 효과적으로 LPL에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이와 관련 “회사 조직과 수익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구조효율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시장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권 사장의 시장 해법도 관심사다. 면밀한 수요예측과 이에 맞는 제품 생산량을 조정(프로덕트 믹스)하는 등 물량보다 수익에 초점을 둔 가치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새해부터 42인치 LCD 출하량이 40인치와 엇비슷해지는 등 40인치 표준화 경쟁이 재점화되는 만큼 LG전자 등 TV 세트업체와 연계한 특단의 마케팅 전략이 시급하다. 40인치 평판TV시장에서 LCD가 부동의 1위를 지켜온 PDP를 추월하는 시장환경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올해 TV패널의 부진을 한방에 털어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객 기반 강화=고객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LPL의 과제 가운데 하나다. LPL은 우선 새해 LCD TV 판매량을 800만대까지 늘리기로 한 LG전자와 협력 비즈니스를 공고히 하는 한편, 새해 가동 예정인 폴란드와 중국 광저우 모듈 공장과 연계한 신규 파트너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선택할 전망이다. LPL 관계자는 “최근 미국 신텍스 빌리언과 대규모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중국, 유럽 등 주요 TV업체와 장기 공급계약을 잇따라 추진중”이라며 “권 사장이 필립스와 합작을 주도하는 등 글로벌 제휴 비즈니스에 능통해 고객기반 강화는 조만간 가시적인 형태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영수호는 변화의 기로에 있다. 변화하지 않고서는 현재의 위기를 타파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LPL이 보여준 세계 1위달성의 저력,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및 공정기술력, 그리고 유능한 인재의 열정을 고려할 때 모든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LPL은 다시한번 도약할수 있는 충분한 기초를 세워 놓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LPL을 권영수 신임 사장이 얼마나 빠른 시일내에 모든 난관을 헤치고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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