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이렇게 성공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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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

‘미운 오리새끼’ ‘부실기업의 대명사’ ‘한국경제의 천덕꾸러기’ 등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에서 ‘화려한 백조로의 부활’ ‘잊혀진 영웅의 귀환’ 그리고 ‘진정한 블루칩’이라는 온갖 찬사를 받으며 거듭난 회사. 바로 하이닉스반도체다.

1999년 10월, 당시 하이닉스반도체의 전신인 현대전자는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을 막겠다는 정부의 ‘빅딜’ 정책의 일환으로 LG반도체와 합병했다. 그러나 유례없는 세계 반도체 경기의 악화와 IMF 금융위기 당시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단기간에 집중됨에 따라 하이닉스반도체는 합병으로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도 전에 유동성 위기라는 감당하기 힘든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는 위기에 굴하지 않았다. 재무구조 개선과 주력 사업 집중화를 위해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해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사업 부문의 지분 및 자산, 유가증권 및 해외 투자지분 등의 매각을 실시했다. 또 엔지니어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제한된 투자 여력을 극복했다. 최소한의 투자로 기존 장비의 활용을 극대화해 생산성을 최대화하는 ‘블루칩 프로젝트’라는 공정 제조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위기는 한번만이 아니었다. 회생을 위한 각고의 노력으로 회사가 안정을 되찾기 시작할 무렵, 외국 경쟁사들은 상계관세라는 카드로 하이닉스를 압박했다.

결국 하이닉스가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 고율의 상계관세가 부과됐지만 이 위기조차도 기회로 삼았다. 수율이 좋지 않아 한때 문을 닫는 방안까지 검토됐던 미국 유진 공장의 생산성을 이천 본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려 놓는 계기가 됐다. 유진공장은 외국 경쟁업체의 전방위 공격을 생산기지의 글로벌화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계기로 삼은 셈이다.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전략, 임직원들의 경영정상화 노력에 힘입어 하이닉스반도체는 2003년 3분기부터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시작해 지속적으로 매출 및 영업이익을 높였다. 차입금 비율과 부채 비율도 현저히 낮추면서 재무구조도 한층 견실해졌다. 이런 성과들을 바탕으로 지난 2005년 7월 하이닉스반도체는 2006년 말로 예정돼 있던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를 1년 6개월이나 앞당겨 조기에 종료했다.

현재 하이닉스반도체는 2003년 3분기 흑자로 돌아선 이후 1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고, 세계 반도체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또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투자 환경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기술개발 노력으로 축적한 기술력이 바탕이 되어 현재는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 비온 뒤 한층 굳어진 하이닉스는 80나노·60나노로 이어지는 최첨단 공정에서도 선도적 위치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 회사는 경영정상화 단계를 넘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과 그 과정을 통해 길러진 강력한 체질을 바탕으로 하이닉스반도체는 지속적인 혁신 노력을 통해 기술·제품·원가 경쟁력 강화와 함께 시장 선도 기업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LG필립스LCD

2002년 LG필립스LCD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에게 그해 7월 수확한 보리쌀 한 봉지가 전달됐다. 봉지에는 ‘눈물 젖은 보리쌀’이라는 제목의 문구가 담겨 있었다.

 ‘2001년 그 어려웠던 시절 돈이 없어 잔디 대신 보리를 심었습니다. 엄동설한을 꿋꿋이 견디어 결실을 보는 보리처럼 우리도 그러하리라는 각오를 다지면 보리를 심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 결실을 수확했고 LG.Philips LCD도 놀라운 경영성과를 이루고 있습니다.’

 LG필립스LCD(www.lgphilips-lcd.com·이하 LPL)의 ‘눈물 젖은 보리쌀’ 이야기는 위기 극복업체의 대표적인 사례로 종종 회자된다.

 2001년 전 세계 LCD 시장은 공급 과잉이라는 극심한 침체기를 맞았다. 2000년 말 450달러에 이르던 15인치 LCD패널 가격은 2001년 하반기에 들어와서는 220달러로 반토막이 났고 전 세계 LCD 업계가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세계 최초 5세대 LCD 생산라인 구축에 1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한 LPL은 영업이익률이 -12%를 기록하며 최악의 실적을 냈다.

 역경 속에서 LPL이 꺼내든 카드는 강도 높은 제조원가와 경비절감 운동이었다. 사무실 내부 온도를 1, 2도 낮춰 난방비를 절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를 아끼기 위해 건물 내 모든 전등에 ‘절전’ 문구가 적힌 빨간색 색지를 붙인 실을 매달아 실을 잡아당기면 각각의 형광등이 소등되게 했다. 심지어 화장실 세면대 옆에 일회용 종이타월을 없애고 전 직원이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짠돌이 경영’을 펼치기도 했다. 구미 6세대 생산라인 공장 부지에는 잔디 심을 돈도 아까워 파란 보리를 대신 심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제조현장의 원가절감 운동으로 이어졌다. 마른 수건도 짜내는 원가절감 운동은 2002년 말 LPL이 결국 세계 1등 LCD업체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LPL은 최근 2001년 ‘눈물 젖은 보리쌀’을 새로 되새기고 있다. 올해 들어 극심한 LCD 판가하락과 7세대 대형 TV패널 판매 부진으로 사상 최악의 1조원대 영업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LPL은 당초 계획한 8세대 라인 투자 대신 투자비가 적은 5.5세대 라인으로 투자를 선회한 상태다. 창사 이래 줄곧 CEO를 맡아온 구본준 회장 대신 권영수 사장이 대표로 내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LPL은 다시 찾아온 위기가 낯설지는 않다.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며 수익경영을 실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제조원가·경비 절감은 이미 노하우까지 생긴 상태다.

 LPL 관계자는 “눈물 젖은 보리쌀은 일종의 자신감을 키워줬다”며 “내년 상반기 LCD업계가 모두 판가하락·공급과잉으로 힘들겠지만 위기에 내성이 생긴 LPL은 다시 도약의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LG데이콤

‘절망의 늪에서 희망을 쏘다.’

 82년 한국데이타통신으로 출발한 LG데이콤(대표 박종응)의 지난 25년은 그야말로 기업의 부침을 그대로 보여준 역사 그 자체다. 한때 KT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통신업체로 촉망받았던 LG데이콤은 2000년을 전후로 노사 문제, 비즈니스 기회 상실 등으로 무대에서 밀려났다. LG데이콤의 미래를 보장할 것 같던 천리안 가입자는 2001년부터 급감했으며, 신성장 사업의 부재로 인한 시장 평가도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주가는 5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절망의 끝에서 희망이 살아났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음을 입증해 보인 것이다. LG데이콤은 2006년에 최고의 해를 보냈다. 지난해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연간 실적으로도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순이익을 냈다. 2004년 2500억원 가까운 적자는 지난해 1500억원 흑자로 반전됐다. 매출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섰고 주가도 2만원대 안팎으로 상승했다. 부채비율이 60%로 떨어져 재무구조가 건전해진 것은 물론이다. 미운오리새끼가 백조로 거듭난 것이다. 무엇보다 직원들 사이에서 ‘한번 해보자’는 자신감이 생겼다. 신성장동력 사업을 발굴해 미래 통신사업에서는 다시 한번 주도권을 쥐어보자는 의지까지 넘쳐난다.

 1년 전만 해도 LG데이콤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유선전화 매출은 매년 하락세를 보여 우울하기만 했다. 유무선 통신의 최강자인 KT와 SK텔레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LG데이콤이 설 자리는 많지 않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월 부임한 박종응 사장은 고객 중심, 현장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의식혁신, 원가혁신, 품질혁신의 3대 혁신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조직의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상품의 경쟁력을 높였다. ‘네트워크 무장애 100일 운동’을 실시해 통신 서비스의 근원적 경쟁력인 네트워크 품질 향상을 통한 고객만족도 향상을 이뤄냈다.

 이와 같은 전 직원의 열성과 노력이 담긴 경영혁신활동이 실적으로 이어지며 역전을 이뤄냈다. 증시에서는 데이콤 랠리를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데이콤 랠리란 1999년 데이콤 주가가 최고 68만5000원까지 치솟은 것을 일컫는 말로, 그만큼 LG데이콤의 잠재성이 크다는 의미다.

 LG데이콤은 지난해 다져놓은 내실을 기반으로 새해에는 가정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할 방침이다. 우선 자회사인 LG파워콤의 엑스피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정용 인터넷전화를 결합해 제공한다. 무선 인터넷전화인 WiFi의 편리성과 저렴한 요금, 다양한 부가서비스 기능을 장점으로 조금씩 시장을 넓혀 나간다는 전략. 하반기에는 IPTV 서비스 상용화와 함께 초고속인터넷과 전화, 방송 서비스를 한데 묶은 TPS(Triple Play Service)를 본격 제공할 방침이다. 물론 KT의 결합서비스나 이동통신사업자들의 HSDPA 등이 위협 요인이지만 위기를 극복한 소중한 경험은 LG데이콤의 큰 자산으로 남았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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