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봉의 영화사냥] 스위트 크리스마스

 ‘스위트 크리스마스’는 딱, 뉴욕판 ‘러브 액추얼리’다. 더 길게 글을 써 봐도 이 이상 더 이 영화를 설명할 방법은 없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각각 다른 커플들의 사랑과 아픔, 화해의 메시지가 전해진다는 점에서 ‘러브 액추얼리’의 속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두 영화는 닮아 있다. 다만 ‘러브 액추얼리’의 인해전술에는 조금 못 미친다. ‘스위트 크리스마스’에는 6명의 각각 다른 사연이 씨줄 날줄로 얽혀져 있다.    하지만 ‘러브 액추얼리’에 없는 게 있다. 수잔 서랜던이라는 걸출한 배우다. 그녀가 갖고 있는 지적인 품격은 ‘스위트 크리스마스’를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일 거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게 한다.    ‘스위트 크리스마스’의 감독은 채즈 팔민테리로서 우디 알렌 감독의 ‘브로드웨이를 쏴라’에서 치치 역을 맡았던 성격파 배우 출신이다. 채즈 팔민테리 감독은 수잔 서랜던을 정점에 놓고 그 주변에 로빈 윌리암스, 페넬로페 크루즈 등을 포진 시키며 이야기를 풀어 간다.    ‘러브 액추얼리’에 등장했던 커플들은 동성애 커플부터, 국적이 다르거나 나이차가 많거나 갈등 요소가 많은 커플들이었다. 그들이 자신 내부의 혹은 외부의 장애요인을 제거하고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이 크리스마스라는 배경과 맞물리면서 깊은 울림을 안겨 주었다.    ‘스위트 크리스마스’도 전략은 같다. 연령별로는 20대 청년부터 70대 노인층까지, 동화 작가, 경찰, 실업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인물들이 등장해서 다양한 사연을 풀어놓는다.   영화를 끌고 가는 핵심 인물은 혼자 사는 로즈(수잔 서랜던 분).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사무실에 출근한 그녀에게 비서가 폐부를 찌르는 비수 같은 말을 던진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기뻐했던 날이 있었느냐고. 그녀는 생각한다. 언제였나? 로즈에게는 병상에 누워 있는 어머니가 있다.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는 딸의 얼굴도 못 알아본다. 어머니를 돌보느라 자신의 삶은 늘 뒷전으로 미뤄놓고 있는 로즈에게는 아픈 상처가 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가 싫다. 결혼하고 처음 아이를 낳았지만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그 아이는 그날 숨졌다.    결국 로즈는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연하의 꽃미남과 데이트를 한다. 평소에도 싫지 않았던 그 꽃미남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타고 적극적으로 로즈에게 대시한다. 로즈는 그를 집까지 데려와 참으로 오랜만에 키스도 하지만 그 이상 발전하지는 못한다.    어머니의 차가운 병실을 찾은 로즈는 어머니의 병실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찰리(로빈 윌리암스 분)와 만난다. 딸의 얼굴도 못 알아보는 로즈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찰리의 말을 듣고 로즈는 이상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곧 결혼을 약속한 뜨거운 연인 니나(페넬로페 크루즈 분)와 경찰 마이크(폴 워커 분)는 서로 사랑하지만 갈등이 있다. 마이크에게는 의처증이 있기 때문이다. 질투심이 강한 마이크는 니나가 다른 남자와 포옹을 하거나 다정히 이야기만 해도 참지 못한다. 견디다 못한 니나는 마이크에게 이별을 선언한다.    마이크는 카페에서 이상한 노인 아티를 만나는 데, 아티는 마이크의 집까지 찾아와 할 말이 있다며 간절하게 부탁한다. 아티는 동성애자일까? 그는 부인을 너무나 사랑한 애처가였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그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환생한다는 아내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이크를 보고 그가 분명히 자신의 죽은 아내가 환생한 사람이라고 확신한 것뿐이다.    크리스마스이브지만 항상 바쁜 병원의 응급실. 줄스(마커스 토마스 분)는 어린시절 병원에서 간호사와 의사들과 가졌던 가장 행복했던 크리스마스 파티를 잊지 못하고 병원 파티에 참석하려고 한다. 그러나 환자가 아니면 파티에 참석할 수 없다는 말에 기꺼이 자신의 팔을 부러뜨려 환자가 된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제 정신일까?    ‘스위트 크리스마스’는 배우 출신 채즈 팔민테리의 감독 데뷔작이다. 뉴욕과 비슷한 분위기의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지금까지의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삶의 따뜻함을 찾아내는 이야기 솜씨가 나쁜 것은 아니다. 특히 수잔 서랜던의 품위 있는 연기는 진정성과 함께 우리들의 얼어붙은 가슴을 따뜻한 체온으로 녹여 버린다.   <영화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 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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