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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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전자기기가 퓨전·고성능·다기능화의 급진전으로 심각한 장애에 직면하고 있다. 일단 작동하기 시작하면 과거 기종과 비교도 안될 만큼 똘똘해지지만, 작동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너무 걸려 이용자들의 짜증을 유발하기 일쑤다. 아이러니하게도 ‘반도체 치고는 속도가 느린’ 낸드플래시가 굼벵이 같은 워밍업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용자들의 불만을 속 시원히 날려보내고 있다.

 ◇점점 길어지는 이륙 시간= PC는 운용체계가 완전히 부팅될때까지 최대 60초가 걸린다. DVD리코더도 녹화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 기종에 따라 최소 20초에서 최대 60초가 소요된다. 캠코더도 DVD형과 HDD형 모두 15초에서 30초는 족히 걸린다. 휴대폰도 처음 전원을 켜서 통화할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작동을 시작한 후 항상 대기모드로 설정해 놓으면 불편을 덜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전력소모와 과열현상을 무시할 수 없다. 사용자들은 어쩔 수 없이 짜증스러운 작동 준비시간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미운 오리새끼, 백조되다=PC건 DVD리코더건 캠코더건 일단 낸드플래시가 들어가면, 작동 준비시간은 10초 이내로 단축된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가 이를 선도하고 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은 “MP3P·디지털카메라·휴대폰 등에 적용되던 낸드플래시가 올해 최초로 PC에까지 적용되며 하드디스크 없는 ‘디지털 PC’가 출시된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모바일 PC는 물론 하드디스크가 적용되는 모든 디지털 제품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하이버네이션’ 기술 덕분이다. 하이버네이션은 전력을 소모하지 않으면서도 실행중인 작업내용의 소실을 방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이버네이션을 사용하면 시스템을 가동하는 절차를 매우 간소화할 수 있다. 즉 공장에서 제품을 출하할 때 가동이 완료된 상태의 주기억 이미지를 낸드플래시메모리에 저장하는 방법으로,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가동에 걸리던 시간을 대폭 줄이는 것이다.

 ◇저장장치의 황제 등극하나=낸 플래시는 노어 플래시메모리보다 느린 속도 때문에 한동안 천덕꾸러기였다. 데이터 처리속도가 느려 세트제품에서 창고(데이터 저장공간)로만 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는 어느새 속도향상의 중심에 섰다. 나아가 저장장치의 황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더 아이러니컬하다. 속도와 전혀 무관하게 규모의 경제가 기폭제로 작용했다. 낸드 플래시는 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비트당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면서 HDD·DVD 등을 대체할 수 있기에 이르렀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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