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취약한 선수 수급 시스템 사실상 失踪

 한국 e스포츠에 아마추어 저변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 세계에서 프로 e스포츠가 가장 활성화 되어있지만 아직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아마추어 층이 구성돼 있지 못해 선수 수급 불균형 현상이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몇몇 팀들이 신인 선수 발굴을 목적으로 아마추어 선발전을 치르고 있지만, 과거 연습생 선발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은 감독들이 아직도 선수 수급을 위해 배틀넷 접속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태의 심각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한국e스포츠협회(회장 김신배)는 최근 11개 시·도지부 설립을 골자로 한 2007년도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11개 시·도지부의 설립은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로 승인받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시·도지부 설립은 정식 스포츠화는 물론 지방 e스포츠 저변 확대, 각 지자체와 연계한 각종 아마추어 대회 추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 사업이 마무리 되면 체계적인 아마추어 구조가 확립될 것이라 낙관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조짐에도 불구, 아마추어 저변 확대가 아직은 요원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체계적 아마 육성기관 전무   아마추어 기근 현상이 심각한 것은 한국의 e스포츠가 제도권 안에서 체계적으로 뿌리 내린 다른 프로 스포츠와 달리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틀넷이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그것도 개인적인 연습을 통해 프로게이머가 육성되는 시스템에 철저히 의존돼온 것. 이는 균형 잡힌 훈련을 통해 선수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오프라인 스포츠와는 판이하게 다른 점이다.      현재 국내에 체계화 된 e스포츠 아마추어 육성기관은 많지 않다. 업계는 현재 e스포츠를 교육하는 사설 학원을 4∼5곳, 대학을 4∼5곳으로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체계적으로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전문 강사진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한 프로게이머 양성 기관의 관계자는 “선수도 문제지만 그들을 잘 키워낼 강사진이 부족한게 더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사설학원의 경우 한 달에 60만원이나 하는 수강료를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 프로게이머가 되는 선수가 어린 연령대라는 것을 감안할 때 보호자의 적극적 지원이 없이 교육받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어불성설이다. 대학의 경우 경제적인 부담은 사설학원의 경우보다 덜하다. 하지만 대부분이 e스포츠 아마선수 육성보다는 e스포츠 운영인력 교육을 더 큰 목표로 하고 있어 프로 선수를 뒷받침 할 아마추어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   # 시·도지부 추진 ‘한가닥 희망’   그러나, 최근 이처럼 열악한 아마추어 양성 시스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아마추어 저변확대를 목적으로 각 지방에 아마추어 리그를 활성화 하기로 한 것. 지난 23일 열린 ‘지방자치단체 e스포츠 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이 사업의 일환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의 대도시는 물론 최근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천명한 태백시에서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e스포츠 협회는 지난 28일 이사회에서도 이 같은 사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진 안건은 11개 시도에 지부·지회 설립을 추진하자는 것. 이를 통해 지방 e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고 각 지자체와 연계, 각종 아마추어 대회를 진행하는 방안을 도출했다.   협회의 이헌구 사업기획국장은 이와 관련 “금년 중에 이 같은 계획을 마무리 짓고 내년 상반기 정도에는 지부·지회 설립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협회는 대학 게임 동아리 지원 및 대학리그를 통해 학원스포츠의 입지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마무리 되면 부실한 아마추어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지역 연고제’ 도입이 관건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선수 수급체계를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중앙에 편중된 프로 e스포츠를 지방으로 확산시키지 않고서는 아마추어 리그의 활성화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단순히 지부·지회를 설립하고 아마추어 리그를 진행한다 해도 프로 e스포츠가 중앙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선 팬들은 물론 아마 선수들에게도 호응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연고제 도입이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e스포츠계 한 전문가는 “아직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부분이 있지만 진정한 프로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기 오프라인 스포츠와 같은 지역 연고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이라고 강조했다.  e스포츠를 학원 스포츠로 만드는 것도 추진되고 있지만, 지금처럼 대학만을 중점으로 다뤄선 곤란하다. 프로의 밑바탕이 되는 아마추어 육성에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보다는 현재 프로게이머들과 e스포츠팬들의 연령대를 감안해 볼 때, 중·고등 학교로의 확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듯 e스포츠 역시 선수 수급체계를 튼실히 해야만 정규 스포츠화는 물론 오래 인기를 지속할 수 있다”면서 “e스포츠계가 뜻을 모아 허리를 보강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부 프로팀 자발적인 아마추어 선발전 활기"     선수 수급문제는 프로팀들도 절감하고 있다. 이에따라 주요 프로구단을 중심으로 아마추어 유망주를 뽀기위한 선발전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팬택 EX는 지난 7월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한 ‘프로게이머 선발전’을 치렀다. 이 선발전은 기존 게임단들이 시행하고 있는 연습생 선발전과 차별화를 지향하고 있다. 대회 상위 입상자에게는 팬택 EX 소속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는 특전이 제공됐다.      8월에는 KTF가 신인 프로게이머 발굴을 위한 ‘공개 선발전’을 개최했다. 최종 선발된 4명은 KTF의 선수들과 동일한 훈련 환경을 제공받았다. 이 선발전 또한 유망주 발굴을 위해 치러진 대회다.    지난 달에는  아마추어 게이머 저변확대를 통해 e스포츠 발전을 강화하기 위한 ‘2006 르까프 전국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열렸다. 르까프 OZ 프로게임단을 보유하고 있는 화승이 주최한 이 대회는 아마추어 저변확대를 통해 양질의 프로게이머 확보라는 목표로 추진됐다. 특히 이 대회는 한국e스포츠 협회가 공인한 공식대회로 입상자에게는 준 프로게이머 자격이 부여됐다.

김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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