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의 유혹…숨죽이던 우회상장 다시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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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견 바이오전문기업 대표 A씨. 그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일에 매진하던 벤처 기업인이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이른바 부티끄들로 부터 ‘달콤한 유혹’이 다가왔다.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 자금 여력이 부족해 기술 개발과 유통에 한계를 느끼던 터라 상장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게다가 상장을 위한 비용까지도 대주겠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부띠끄란 일종의 사설 투자금융사업자. 이후 A씨의 회사는 부띠끄들의 ‘주선’으로 상장사와의 주식교환을 통해 우회상장에 성공했지만 3년이 못 가 매출액 미달로 관리기업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우회상장 다시 고개들어=지난 6월 상장요건 강화 조치 이후 주춤했던 우회상장이 최근 다시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우회상장은 비상장 기업이 상장 기업과의 합병, 주식교환 등을 통해 주식 시장에 진입하는 것으로 까다로운 상장 요건을 피하고 공모주청약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이용돼 왔다.

코스닥 시장에서 우회상장은 올들어 지난 6월까지 38건으로 월 평균 6건 이상 이뤄지다가 7월에는 단 1건으로 급감했다. 이는 지난 6월 26일 부실 기업이 상장할 수 없도록 시장 진입 벽을 높인 ‘코스닥 우회상장 규제방안’ 때문으로 이 방안에는 경상이익 확보, 회계 감사의견 적정 등의 요건이 포함돼 있다. 한동안 숨 죽이고 있던 우회상장은 9월들어 2건을 시작으로 11월 3건으로 점차 느는 추세다.

◇부작용 수면 위로=우회상장 과정에서 탈세와 변칙적인 주가조작 문제가 불거지면서 역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국세청은 변칙 우회상장을 통해 세금을 탈루한 4개 업체에 대해 탈루 세액 169억원을 추징하고 1개 업체는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조치한 바 있다. 부띠끄 조직이 개입한 주가조작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이뤄지는 인수합병(M&A)의 반 이상을 부띠끄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은 매물(기업)과 매수인을 연결해주고 거래 금액의 3% 가량을 수수료로 챙기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부띠끄들은 주로 증권사나 투자금융사 출신 2∼3명이 모여 우회상장 중개와 함께 경영자문, 주식투자, 기업투자 등 광범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우회상장을 주선하면서 비공개 정보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부당 이익을 취하다가 적발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올들어 지난 6월까지 시세조종과 미공개 정보이용 혐의를 적발한 52건 중 상당수가 부띠끄와 관계돼 있다”며 “투자자금을 빠른 시일 내 회수하기 위해 상장을 서두르게 되고 더 큰 이익을 위해 불공정 거래행위까지 시도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소액주주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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