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게임산업진흥법의 핵심적 특징은 ‘사행성 단죄에는 그나마 성공적, 법률 구조에선 낙제점’이란 말로 요약된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청와대에서부터 시·도 말단 공무원 조직까지 온통 관심이 사행성 퇴치에 쏠려있다 보니, 시점상 개정되는 법이 그 모습을 담아야 하는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현실일 수 있다.
하지만 사행성 이슈에 갇혀버린 정부 당국자, 입법기관 관계자 등이 정작 중요한 게임 산업의 진흥책이나 효율적인 규제 기준은 빠뜨린 채 어물쩍 개정법을 통과시켰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게임의 결과물로서 ‘아이템’의 거래에 대한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비난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 거래액 규모가 1조원을 넘기며, 현 경제구조상 가장 큰 음성(비과세·비규제)산업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템 거래는 이번 개정법 규제 조항에서 살짝 비껴나갔다.
일단 문화부는 빠른 시일 내에 시장과 산업계에 “아이템이 게임의 결과물에 포함되며, 이를 환전 또는 환전알선해주는 업을 금지시킨다는 개정법 조항에 아이템까지 들어간다”는 정부의 유권해석을 분명히 내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아이템 중개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면 자연스럽게 게임아이템 권리 문제를 게임업체와 이용자간의 문제로 압축시키고 중개업은 논란에서 배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콘텐츠경영연구소장)는 “자기 경제권을 가진 성인들이 향유하는 게임아이템인 만큼 큰 틀에서 볼 때 지금 전적으로 게임회사 측에 있는 아이템 관련 권리를 게임이용자와 일부 공유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며 “해외 업체들도 이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위 교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근 선보인 온라인게임 ‘세컨드라이프’는 온라인플랫폼만 게임회사측 소유이고, 나머지 그곳에서 생성되는 캐릭터나 경험치, 가상의 재화 등은 이용자들의 소유로 인정하고 있다. 게임내에서 부동산 거래까지 이뤄지는 ‘세컨드라이프’는 최근 유료회원수가 150만명을 넘기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이템 거래와 관련된 국내 이용자들의 인식도 게임 회사와 큰 괴리감을 갖는다. 온라인게임 이용자의 60∼70%는 경험치가 올라간 캐릭터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7% 정도의 이용자만이 이를 게임회사 소유로 인정하는 정도다.
결국, 아무런 권리 관계에 있지 않은 아이템 중개업은 퇴출되는 것이 건전한 아이템 거래 문화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게임업체와 이용자들 사이에 팽팽히 맞서고 있는 공유·공존 모델을 찾는 것이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 앞에 놓여진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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