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SMERP 2006]"기술은 기본…세일즈·마케팅 능력 높여라"

“IT중소벤처기업,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난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IT SMERP(Small & Medium Sized Enterprise Revitalization) 2006’행사를 통해 던져진 화두다. 행사를 주관한 IT벤처기업연합회는 이날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IT 중소기업의 미래’를 찾기 위한 전략포럼을 통해 IT중소벤처 기업들의 글로벌시장 진출 성공조건들을 제시했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국내외 산·학 전문가와 정부 정책입안자가 참석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환경에 대한 대처방안 토론회’가 열려 다양한 시장경험과 정책 방향 등이 소개됐다. 토론회를 통해 쏟아진 ‘IT 중소기업이 나아갈 길들’을 정리했다.

◇사회(서현진 전자신문 정책팀장)=세계 IT산업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국 IT산업 경쟁력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그 한가운데에 우리나라 IT중소벤처기업들이 노출돼 있다. 미국에서 직접 벤처기업을 창업해 운영하는 주기현 나이오미디어 사장과 오랫동안 IT분야에서 연구활동을 해오신 한정화 한양대 교수의 제언을 통해 오늘 토론의 방향을 잡겠다.

<주제발표 1> 주기현 나이오미디어 사장

 한국의 IT중소벤처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할 때 돈과 기술은 가지고 간다. 그러나 미국시장에서는 판매(Sales)와 마케팅이 먼저다. 이제는 세계 최고 기술이 아니라면 기술만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겨룰 수 없다. 기술은 기본이되,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만들어 파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모두 사람이다. 사람을 키우는데 투자해야 한다. 시장과 기술을 아주 잘 아는 전문가를 채용해 융합형 제품을 내놓는게 중요하다. 미국 현지에서 한국 IT중소 벤처기업들의 경쟁력은 애플리케이션 개발, 인터넷서비스, 반도체 분야에서 돋보이고 있다.

<주제발표 2> 한정화 한양대 교수

 IT중소벤처기업들이 성장과정에서 전략적 교착상태에 빠졌다. 다시 도약할 만한 특별한 수단이 없는 것으로 진단된다. 시장, 자금, 인력을 양적·질적으로 확대하는 정부 정책이 없이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우선 금융에 의한 시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인수합병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얼마간 기업 규모를 키울 필요도 있다. 대기업과의 협상에서도 일방적인 불균형 상태에서 벗어나야 하고, 해외 진출 시에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뒤 나가야 효율적이다. 또 실패경험을 자산화하고 구매를 전제로 하는 조건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사회=그렇다면 국내에서 IT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어떤 위기와 기회에 봉착했나.

 ◇김인배(텔레웍스 사장)= 4년 전만 해도 휴대폰을 개발하고 만들어 수출하는 일을 다했다. 지금은 제조에서 개발 위주로 전환했다. 중소기업은 조직과 네트워크가 약해 국제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도 못했다. 앞으로 글로벌화 현상이 더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대기업 지향형 융합제품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 IT 중소기업이 도산하는 속도를 따라오는 정부 정책이 너무 느린 것 같다. 정부 정책이 앞서 뛰어주기를 바란다.

 ◇사회=우리 IT중소벤처기업들이 급변하는 환경에 잘 대처해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황승진(스탠포드대 교수)=한국 IT기업들의 약점은 시장과의 접촉(touch)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스코, 오라클, HP 등 굴지의 유명 기업들과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전략도 선택하지 않는다. 기술을 그냥 시장에 던져놓아서는 안 된다. 시장(market)과 교감해가며 기술을 보완해야 한다. 결국 사람·기술·자금·시장이 중요한데 미국에서는 머니(벤처캐피털)가 시장을 개척해준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털들이 실리콘밸리 등에 먼저 나가 경험을 쌓은 뒤 한국기업들의 손을 잡아 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사회=국내 IT 중소기업이 해외 증권시장에 대한 진출 가능성과 기대치는 어느 정도인가.

 ◇곽성신(코스닥 본부장)=해외 증권시장에 상장한 국내 기업은 40개다. 왜 해외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해외 인지도 상승효과와 자본조달이 주목적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해외 상장에 관해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거래)가격이 높지 않다. 또 상장을 유지하는 비용이 높다. 지난 2003년부터 작년까지 40개사가 해외에 상장하면서 1200억원을 썼다. 1개사당 매년 10억원 정도를 상장 유지비용으로 써야 하는 실정이다. 해외 주주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한 경우도 있는 등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하나로텔레콤 등이 상장 폐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

 국내든 해외든 기업공개(IPO)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IPO 자체를 목표로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저 회사 성장 과정 중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 기업이 상장한 뒤에 곧바로 실적이 떨어지는 등 직원들의 긴장 해이로 회사가 뒷걸음질치는 경우도 많다. 해외 상장 여부에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최근 코스닥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좋은 대안의 하나로 부상했다.

 ◇사회=정부가 IT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준비하는 정책의 주요 내용과 방향은 무엇인가.

 ◇류필계(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본부장)=우리 경제는 이미 고용 없는 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고용을 해결해야 하기에 고민이 많다. WTO 체제 이전에는 금융, 세제 등으로 지원하면 됐지만 지금은 어렵다. 그래서 환경, 생태계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정통부와 중기청이 기업지원을 위해 맞손(MOU)을 잡고, 대형 휴대폰 제조업체와 중소 부품업체 간 상생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될 성 부른 분야에 집중적으로 기초·기반 연구개발비용을 지원하겠다. 이를 위해 내년에 중소기업에 지원할 4000억원 중 상당액을 연구개발분야에 지원할 것이다. 기업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벤처캐피탈을 활성화하는 환경도 조성하겠다.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더욱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기술과 기업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대기업도 공급망관리(SCM)시스템 등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을 관리해 서로 윈윈하도록 대·중·소 기업 상생 협력 여부를 평가, 성과보상(인센티브)과 벌칙(패널티)을 모두 마련하겠다. 유망 IT 중소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모임도 만들 계획이다. 예를 들어 인도에 진출하는 IT기업과 비IT기업 모임을 유도해 비용, 시장조사비 등을 지원하는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방안을 찾겠다.

 ◇사회=단순한 세제, 금융 지원보다 생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정부 인식에 눈길이 모인다. 기초·기반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IT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과 정부 역할이 조화를 이뤄 IT 코리아가 한 단계 도약하기를 바란다. 끝으로 오늘 토론회가 IT중소벤처기업 관계자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정리=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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