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전화가 없는 생활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홈네트워크도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휴대전화같은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지난 21일, LG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가 공동 주관한 ‘2006 LnCP(Living network Control Protocol) 컨소시엄 발표회’는 국내 홈네트워크 실용화에 성큼 다가서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날 선보인 ‘월패드’ 등 홈네트워크 솔루션 구현 모습은 행사의 산파 역할을 한 정흥상 대우일렉트로닉스 홈네트워크사업팀 이사(47)에겐 남달리 감회가 깊었다. 기술표준화 문제 등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지만 지난 1999년부터 홈네트워크에 쏟아부은 애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사실 기계설계학을 전공한 정 이사는 옛 대우전자 VCR연구소로 입사해 대우의 DVD플레이어·개인비디오저장장치(PVR)·캠코더 개발 등을 이끈 영상 전문가다.
그런 그가 홈네트워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좀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였다. 지난 93년 늦깎이로 한국과학기술원(KASIT)에서 ‘컴퓨터 비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KAIST에서 보낸 5년이 데이터가 아닌 영상 스트림을 네트워크로 보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결국 현재의 홈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게 한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KAIST에서 돌아와 홈네트워크사업팀의 전신인 신사업팀을 꾸리면서 정 이사는 20여개의 아이템을 놓고 대우일렉의 차세대 수종사업을 고민하다 ‘홈네트워크’와 ‘로봇’을 선택했다.
대우일렉 내에서 ‘유비쿼터스 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IT 기술의 융합과 연동에 관심이 많은 그가 홈네트워크를 택한 것은 어쩌면 운명이나 다름없었다.
“홈네트워크가 미래 삶의 인프라 사업이자 모든 IT 기술의 결정체”라고 정의하는 정 이사는 “개방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LnCP 컨소시엄이 꿈을 현실로 바꿔주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표준화는 남아있는 과제”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 이사는 내년에는 다수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사실상의 국가 표준안을 도출하고 해외에 우리의 표준을 알리는 홍보 작업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23년간 대우에 몸담으면서 영상부터 홈네트워크·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그의 ‘다음 관심사’가 궁금했다. 하지만 홈네트워크에 푹 빠진 그에게 당분간 다른 분야를 고민할 겨를은 없다.
“조금만 긴장을 늦춰도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홈네트워크 분야의 매력이자 어려운 점입니다.
홈네트워크 안에서 로봇이 자유롭게 구동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제를 마치고 나면 홈네트워크의 사업을 아파트 단지 규모에서 도시로 확대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이것만 해도 할 일은 충분히 많습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