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자 新 유통여지도](6)경기남부 상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경기 남부 주요지역 상권 특징

 경기남부 지역은 서울과 접근성에 따라 지역 경제 특색이 좌우되는 게 특징이다. 이를테면 성남시·안양시·과천시·광명시 등은 사실상 서울과 맞닿아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다. 이런 추세는 수원시·화성시 등으로 확장 일로에 있다. 전자제품 상권 또한 이런 추세와 맞물려 같은 동선을 따라 확대된다.

 예전 주택지구나 구도심은 상대적으로 중저가 가전 시장에 머무르는 반면에 신도시 개발 지역은 프리미엄급 가전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동탄신도시는 아직 입주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이미 경기남부의 신규 프리미엄 상권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기남부는 이렇듯 신도시 개발 붐에 연동하는 상권이지만 기존 구도심의 인구도 여전히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의 꾸준한 생활가전 구매는 전체 상권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과 가까운 프리미엄 상권 ‘안양·과천’=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까운데다 평촌신도시, 과천청사 등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고 인구밀도도 높다. 최근에는 과천 지역 아파트의 평당 평균 매매 호가가 강남을 넘어설 정도로 주목받는 지역이다. 이런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소비수준도 오르고 있다. 평촌을 중심으로 한 신도시 상권은 프리미엄과 신제품 수요가 많다. 기존 안양시내를 중심으로 한 저가형 제품의 수요도 꾸준한 편이다. 과천·의왕은 전자전문점이 없어 구입을 위해 안양시내로 이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통사마다 대표 매출을 기록하는 지점이 다수 있는 것도 특색이다.

 ◇아직은 중저가 시장이지만 잠재력은 탁월 ‘용인·수원·안산’=용인은 이미 프리미엄 상권으로 분류해도 좋을 정도로 성장한 지역이다. 수지구와 기흥구의 아파트 밀집지역은 프리미엄급 상권을 형성했다. 반면에 여전한 농촌과 공장지대는 저가형 제품 판매도 많아 최고와 최저가 복합된 상권이 용인 지역이다.

 수원은 수원역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과 주변의 아파트 상권 신도심으로 나뉜다. 수원은 영통구에 삼성전자 수원공장이 있어 수원시 전체적으로 삼성 선호도가 뿌리깊다. 잠재력면에서는 영통구와 함께 권선구 지역이 최근 도로 개통과 구청 이전, 아파트 입주 등으로 떠올라 향후 가전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반월·시화공단으로 유명한 안산은 최근 고잔신도시를 중심으로 신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해안을 따른 개발과 신도심 확장이 기대돼 주목받고 있다.

 ◇농촌 특색이 살아있는 ‘화성·평택·안성’=화성에는 향후 2∼3년내 인구 12만명 규모의 신도심으로 성장할 동탄신도시가 있다. 또 화성 봉담 중심으로도 공단 및 유통단지를 생활 기반으로하는 인구 8만∼10만명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2∼3년내 입주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기존 화성시민에 의한 프리미엄 제품 구입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오산지역은 인구 12만명의 소도시 상권이다. 세교지구, 청호지구 등 신규 대형아파트 단지 건설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가전 시장의 대폭 성장을 바라보기는 힘들다.

 평택은 생활 및 주방가전 판매비중이 높다. 농민들은 계절 이슈 상품 선호도와 구입 비중이 높은 게 특징이다. 안성지역도 주요 경제 기반이 농업·축산·과수여서 이에 따른 경기영향을 받는다. 다른 지역에 비해 초기 입점 시 지역텃세가 강한 것도 특징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삼성전자 시스템하우젠

 안양에 위치한 안양 시스템하우젠 전시장에 들어서면 삼성전자의 새로운 유통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매장 크기가 1층과 2층에 각각 78평 규모다. 이곳에선 그러나 삼성전자의 제품 하나를 꼽아서 설명하지 않는다. 홈네트워크 개념을 전면에 가져와,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제어할 수 있는 모든 가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시켜놨다. 이를 통해 하나의 가정을 연출해 시연 가능토록 돼 있다. 말 그대로 ‘삼성이 만드는 홈네트워크 가전 세상’이 바로 여기인 셈이다.

 동행한 삼성전자의 조영욱 과장이 “본사 임원들이 관심을 갖는 대리점”이라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향후 단품 판매의 유통 전략과 함께 ‘A부터 Z까지 가정이 필요한 모든 가전제품을 통째로 공급하는 유통’으로 나갈 것이라는 나침반이 바로 안양 시스템하우젠이기 때문이다.

 1층 매장에선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부터 집 안에 들어와서 TV를 보고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또 침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든 과정이 마련돼 있다. 집 안에서든 집 밖에서든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가전과 직접 의사소통할 수 있는 구조다.

 이곳 전시장을 마련한 박종배 삼성에어콘특판 사장은 “주요 고객은 건설업체, 인터리어업체, 건축설계사무소, 관공서, 교육청 등이며 일반 가정의 경우는 입주자 대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전체 빌트인 시스템은 건축주가 처음 건설에 들어갈 때부터 함께 고민해서 공급하는 종합예술”이라며 “건축 정보를 가장 먼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고객이 찾아오길 기다려선 답이 안 나온다. 찾아가는 영업인 B2B인 셈이다.

 박 사장은 “인력으로 하는 사업이라 인적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는다. 사람을 찾아다니는 영업이 얼마나 힘든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는 그러나 긍정적이다.

 “B2C는 매출액 한계가 있지만 B2B는 영업역량에 따라 거의 무한대”라고 웃는 박 사장. 긍정적인 그에게선 삼성전자가 새롭게 꿈꾸는 ‘유통의 전형’을 함께 만들어갈 힘이 느껴진다.

◆하이마트 상록수지점

하이마트 상록수지점에겐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2000년 10월 개장한 이후 2001년과 2002년엔 하이마트 지점의 전국 순위 10위권을 드는 핵심점포였다. 당시는 주차장도 없는 단층 200평 매장이었지만 황금기였다. 상록수지점은 지금 상권의 변화로 최악의 상황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상록수지점에서 1.5Km 떨어진 곳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지난해 들어섰다. 차라리 코 앞이면 대형마트의 고객 유치 능력을 역으로 이용하는 ‘격전’이라도 해볼 수 있다. 거리는 1.5Km. 손님들은 그쪽만 둘러보고 하이마트까지 발걸음해 상품을 비교해주지 않는다. 주변 상권도 약해지는 추세다. 안산에 고잔신도시가 생긴 여파로 상록수구 인구들이 이동해가고 있다. 인구유출 상권이다. 또한 고가도로가 바로 옆이어서 진입로도 못 만든다. 차를 가진 고객은 ㄷ자로 골목 한 블록을 돌아서야 주차장에 도달한다. 그뿐인가, 뒤에는 모텔이고 옆에는 장례식장이다. 주말엔 장례차가 하이마트로 들어오는 골목 앞쪽에 버티고 선다. 결국 상록수지점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에 역신장했다.

고석일 상록수지점장은 “우리에겐 직원들의 친절밖에 없다”며 “들어오는 고객 놓치지않고 또 들어온 손님은 반드시 고객카드를 만들게한다”고 잘라말했다. “그리고 나에겐 직원들이 고객이다. 우리 애들이 힘들면 매출은 고사하고 손님과 싸우기만한다”고 덧붙였다.

“지나가다 들리는 뜨내기 손님들을 잡기 위해 1층에 손에 잘 잡히는 소품을 진열하고 목적구매가 높은 TV와 PC는 3층에 진열했다”며 “매장의 화려함은 없지만 합리적인 효과는 있었다”는 고 지점장.

상록수지점은 앞서 나열한 수많은 마이너스 요인 속에서도 수원지사내 15개 점포중 매출은 6∼7위다. 전표수로는 3위, 땀이 밴 수자들이다. 매출목표 97억원도 악전고투 끝에 달성할 전망이다.

가전전문점은 상권의 변화하면 무너지는게 어쩌면 자연의 이치다. 하지만 상록수지점은 항상 푸른 상록수처럼 같은 자리에 버티고 서있다. 또 다른 의미의 도전인 셈이다.

◆LG전자 구성프라자

 LG전자의 용인시 구성프라자로 들어서는 길목에선 길 건너편의 이마트와 바로 옆집인 삼성전자의 디지털프라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누가 봐도 가전제품 판매의 격전지인 셈이다. 다행이라면 경쟁자인 이마트가 집객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열심히 뛰면 그만큼 성과도 따라올 수 있다는 점.

 김일순 구성프라자 사장(법인명 동양테크노프라자)은 톤이 높지 않은 목소리로 이같이 상권을 설명한다.

 “이곳 지역은 40대 이상으로 연령층이 높은 고객이 많고 단골 고객도 많다.”

 ‘단골 고객이 많다’는 말은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골 고객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직원도 모두 4, 5년 이상 근무하고 자주 안 바꿔서 고정 고객 성향 파악이 가능해요.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이벤트를 하는데 중요한 건 3개월이나 5개월마다가 아니라 매달 1회씩 꾸준히 해주는 게 좋습니다. 고객에게 사은품이라고 판촉물을 주는 게 아니라 우리는 선물을 줘요.”

 구성프라자는 지난 추석에 고객에게 와인을 주는 행사를 했다. 예전에 꽃화분을 선물하기도 했다.

 “꼭 물건을 구매한 고객에게 준다기보다 구매를 안 했어도 고정 고객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라는 김 사장.

 남자도 하기 힘든 대리점 경영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다른 얘길 한다.

 “내가 주부고 자녀를 키우고 있어서 직원에게도 그렇게 대하는데 잘 따른다”며 “상품 진열을 할때 직원들이 무거운 물건을 정리한 후 뒤치다꺼리는 내가 한다”고 말했다. “내가 직책이 실은 두 개인데 하나는 사장, 또 하나는 실장”이라며 “중년 이후 남자 손님들에게 내가 먼저 나 자신을 사장으로 소개하지 않고, 또래 여자 손님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춰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란 설명이다.

 “대리점장은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이 힘들다”고 말을 끝내는 그는 역시나 녹록지 않은 상권에서 경쟁하는만큼 관록이 어느덧 몸에 배어버린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