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들이 휴대폰에 들어가는 ‘빅칩’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빅칩이란 칩 하나에 2000만개 이상 게이트웨이(트랜지스터수로는 1억개 이상)를 집적한 고집적 시스템반도체로, 기존에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나 통신장비용 반도체 등 극히 일부에만 이용돼왔다. 그러나 휴대폰이 고기능·다기능화되면서 운용체계(OS)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가 내장되기 시작하면서 빅칩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휴대폰에는 경박단소화가 필수적이어서 휴대폰용 빅칩은 시스템온칩(SoC)으로 가는 관문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휴대폰에서 가장 먼저 빅칩으로 진전된 부분은 모뎀 칩이다. 멀티미디어 기능을 포함한 퀄컴의 베이스밴드 칩은 이미 2000만 게이트를 넘어섰다. 음성통화를 위해 필요했던 베이스밴드 모뎀 칩이 멀티미디어 기능과 GPS 등의 기능은 물론이고 OS까지 컨트롤하면서 칩의 집적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베이스밴드와 같은 핵심 칩의 국산화와 멀티미디어 주도권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리며 이 빅칩 개발에 열심이다.
베이스밴드 칩 분야에서는 이오넥스가 퀄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오넥스가 현재 개발 중이며 내년 초 내놓을 WCDMA용 칩과 EVDO 리비전 A용 칩은 모두 게이트 수가 2000만개 이상으로 65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될 예정이다. 이오넥스는 이 칩을 위해 지난 3년간 국내 연구진 100여명이 개발에 전력했다.
국내 업체가 해외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나가고 있는 멀티미디어 칩 진영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휴대폰용 멀티미디어 칩은 게이트 수가 보통 500만개 수준이지만, OS를 비롯한 모든 기능을 통제할 수 있는 주 기능 칩으로 멀티미디어 칩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빅칩 실현이 급선무다. 매년 멀티미디어 칩의 게이트 수는 2배가량 증가하고 있어, 늦어도 2010년께에는 베이스밴드 칩과 휴대폰 주 기능 칩 지위를 두고 전면전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석중 코아로직 부사장은 “3D 그래픽 기능에 DMB베이스밴드 기능까지 내장해도 게이트 수는 1000만개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멀티미디어 칩이 휴대폰의 핵심 칩으로 등장하게 되면 게이트 수가 모뎀용 칩에 근접할만큼 발전해 갈 것”이라며 “OS를 비롯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멀티미디어 칩의 집적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스템반도체업체들의 움직임에 대응해 케이던스코리아·시높시스코리아 등도 빅칩 제작을 겨냥한 EDA 제품 출시 경쟁에 나섰다. EDA업계는 빅칩용 툴이 내년부터 수요가 급증할 히트상품으로 기대하고 있다.
케이던스 측은 “내년 주요 포커스를 하이엔드 빅칩 시장에 뒀다”며 “내년 신제품 중 많은 제품이 빅칩용 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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