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원관리(ERP) 업계가 새판짜기에 들어갔다.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업체들의 텃밭이나 다름없던 중견중소기업(SMB)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SMB 시장은 외산(SAP코리아·한국오라클) 대 국산(영림원소프트랩·더존다스·삼성SDS) 대표주자들의 대결로 압축됐다.
외국계 대표기업인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은 올해 SMB 시장에서 150여개의 고객을 신규로 확보, 내년에는 대기업에 이어 SMB 시장마저도 장악할 태세다. 이들 업체 고객의 대부분이 매출 1000억원 안팎의 중견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면에선 외국계 업체가 국내 기업을 앞지른 것으로 추산된다.
SAP코리아(대표 한의녕)은 19일 텔릿와이어리스솔루션즈 등 올해 신규로 확보한 의미있는 SMB 고객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리치푸드, 일신웰스,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등 각 산업의 대표적인 중견기업들이 포함됐다. 외국계 기업인 SAP코리아가 고객 리스트를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권우성 SAP코리아 본부장은 “올해 매출 1000억원 안팎의 SMB 고객 70여개사를 확보했다”며 “대기업에 이어 SMB 시장도 사실상 SAP코리아가 장악했다”고 말했다.
SAP코리아는 내년에는 100여개의 SMB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오라클(대표 표삼수)도 올해 JD에드워드 등 최근 1∼2년 본사 간 인수합병(M&A)를 통해 확보한 SMB 전용 솔루션을 내세워 70∼80개의 고객을 신규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로는 영림원소프트랩과 삼성SDS가 중견기업 시장에서, 더존다스는 소기업 시장에서 각각 선전하며 외국계의 거센 공격을 막아냈다.
영림원소프트랩과 삼성SDS는 삼성전자 협력사와 코스닥 기업을 중심으로 80여개 고객을 확보했고, 더존다스는 비상장기업 등 소규모 기업 고객 100여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호 영림원소프트랩 전무는 “국내 ERP 업체중 사업을 접고 외국계 ERP 협력사로 들어가는 업체가 나올 정도로 국내 업체들이 고전했다”며 “SMB 시장은 더 이상 국내 업체들의 텃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ERP 주력 시장인 SMB 시장은 국내 업체 ‘그들만의 리그’ 시대를 마감하고 자본과 브랜드를 겸비한 외국계 기업과 SMB 시장의 든든한 고객 기반을 확보한 국내 대표기업 간 생존 경쟁의 시대가 열린 것으로 평가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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