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5시]게임위에 바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지난 30일 현판식을 갖고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게임위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냉랭하기만 했다. 그토록 새로운 심의기구를 원했던 업계가 왜 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업계는 그동안 심의를 담당했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기본적인 잣대도 없이 심의를 해 온 데 대해 큰 불만을 나타내 왔다. 이 때문에 새로운 게임위는 산업을 이해하고 게임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로 이뤄져야 한다고 여겨왔다. 이러한 오랜 기다림의 결과가 지금의 게임위인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게임위에 내정된 위원들의 면면을 접한 이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업 진흥을 위해 앞장 설 사람보다는 업계의 목줄을 죄는 규제 역할을 할 사람들이 대부분이란 생각에서다.

업계에서는 심의 기구를 심장에 비유한다. 심장이 튼튼해야 남들보다 부지런히 뛸 수 있고 그만큼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업계는 지금의 게임위가 빈약하기 그지 없는 심장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다. 강력한 추진력 보다는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이 그 이유다.

게임위도 이같은 업계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눈치다. 게임위는 주말도 반납하고 적체된 심의물을 심사할 것이며 산업을 이해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세미나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게임위 스스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도 게임위의 이러한 태도를 지켜보며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다. 아직 불신을 깨끗이 씻어 버리지는 못했지만 한번 지켜보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게임위는 이 조직이 만들어진 근본 배경과 의의를 잊어선 안될 것이다.

업계가 바로 설수 있도록 적당한 견제는 필요하겠지만 그 보다는 세계를 향해 힘차게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먼저다. 게임위가 업계의 튼튼한 심장 역할을 해 줌으로써 지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길 바랄 뿐이다. 

정부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을 개정해 위원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 선임된 위원들 모두 나름대로 자격을 갖추고 있겠지만 앞으로 충원될 위원은 업계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가 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균형이 맞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안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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